[정책의 맥] 한국 경제 도약, 에너지신산업으로 이끌 때
독일은 여러모로 한국과 닮은 점이 많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됐고, 국민들이 축구를 좋아하며, 제조업 기반의 경제를 구축해 왔다. 닮은 점이 많은 만큼 우리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독일로부터 배워야 할 것도 많다.

독일은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나라지만 제조업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을 키웠다.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신산업이다. 독일은 태양광 생산량의 65% 이상을 수출하고 있고 풍력발전도 수출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그 결과 독일의 신재생에너지산업은 국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독일이 새로운 산업으로 키운 신재생에너지산업은 기존 산업이 쇠락하면서 감소한 일자리도 채워주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기존 산업에서 감소한 일자리보다 많은 37만개의 일자리가 에너지신산업에서 나왔고, 2020년에는 50만개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에너지신산업 등장은 기존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도 바꾸고 있다.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산업이 성장했고, 커뮤니티를 만들어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전력회사나 이웃에게 판매하는 비즈니스도 등장하고 있다. 독일이 만든 에너지신산업 분야 강소기업들은 미래 에너지시장의 패권 확보를 노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대상이 되고 있다.

독일이 하고 있는 실험을 우리가 못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의지와 실천이다.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은 에너지신산업을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보완하는 대체 산업으로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정부는 에너지신산업 투자 확대, 에너지시장 민간 참여 활성화, 에너지신산업 해외 진출 확대를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다.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시장이 반응할 수 있는 정책, 민간의 잠재된 투자 수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집중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은 에너지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풀고, 정부가 가진 정책자원을 총동원해 기업을 움직이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투자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발전소가 전기를 생산할 때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해야 하는 비율인 신재생의무이행 비율을 높이는 것, 규모가 작은 신재생발전소의 전력망 연결을 보장하는 것, 전기에너지를 담는 에너지저장장치가 보다 많이 보급될 수 있도록 요금 지원을 파격적으로 하는 것, 모든 가정과 기업에 대해 전기 및 가스 스마트미터기를 보급하는 것 등이 그 사례다. 이번 대책으로 2020년까지 42조원, 여기에 석탄화력 성능 개선 및 환경설비 투자, 노후 석탄화력 폐지 등 석탄발전 대책까지 포함하면 2030년까지 최소 52조원 규모의 에너지신산업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에너지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민간 플레이어가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구조를 바꿔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대책은 시장에서 에너지신산업이 보다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일반 소비자와 기업을 상대로 전기를 판매하는 기업형 프로슈머 사업이 그 예다. 전기요금이 싼 시간에 전기를 저장했다가 비싼 시간에 저장된 전기를 공장이나 상가에 판매하는 에너지저장장치 전기 판매사업도 확산할 계획이다. 에너지저장장치 등 에너지신산업 투자를 조건으로 해 일정 수용가가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직접 사올 수 있도록 전력 직접구매 제도도 개선한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신산업을 중심으로 전력시장의 민간 참여가 확대될 것이다.

에너지신산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정상외교 성과를 후속 사업 수주로 연결하고,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에너지신산업 수출의 호기로 활용할 것이다. 한전과 같은 공기업의 평판과 사업기획능력을 활용해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송배전업체 등 국내 관련 기업들이 함께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주형환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