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기능 원칙·범위·수단 제도화해야"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통화정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효과가 약화했다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의 지적이 나왔다.

함준호 금통위원은 23일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 모두발언에서 2014년 5월 부임한 이후 2년 동안 경제성장률 평균이 분기당 0.65%, 연간 2.6%에 그쳤다며 "금리를 다섯 차례나 내렸는데 세월호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도 있었지만, 성장률에서는 많이 미흡한 성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통화정책을 항공기 조정에 비유하고 "난기류로 기체는 흔들리고 시야는 잔뜩 흐린데, 거센 앞바람에 추진력은 점차 약해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금통위는 지난 9일 경기 회복과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렸다.

그러나 시중에 자금을 풀어도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현상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

함 위원은 "벌써 25번이나 금리를 결정했지만, 매번 느끼는 어려움과 중압감은 여전한 것 같다"며 금통위원으로서 고민을 털어놨다.

함 위원은 구조개혁을 통해 통화정책의 실물경제 파급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구조개혁이 지연되면 잠재성장률과 균형금리의 하락으로 금리 하한에 도달할 위험이 높아지고 노동과 자본의 재배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정책 효과가 제약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의 불시착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개혁 추진과 이를 뒷받침할 통화ㆍ재정 등 경기 안정화 정책, 가계부채 위험 등 부작용 방지를 위한 거시 건전성 정책의 올바른 조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함 위원은 한은의 금융안정 책무를 좀 더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글로벌 위기 이후 중앙은행들은 금융안정의 감시자 및 관리자로서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요청받고 있다"며 "각국의 경험을 봐도 중앙은행의 금융안정기능 수행과 관련한 원칙과 범위, 수단 등을 제도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말했다.

또 "금융안정의 세부 정책영역을 명확히 정의하고 유관기관 간 역할 분담, 협력 및 견제 장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 방안 등 신중하고 면밀한 정책지배구조가 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 한국은행법에 '통화신용정책에서 금융안정에 유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금융안정에서 한은의 명확한 역할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최근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서 한은의 발권력 동원 문제를 놓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빚어졌다.

아울러 함 위원은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효과적인 정책수단을 개발하고 금통위의 정책 '커뮤니케이션'(소통)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