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올 1분기 말 기준 은행권 부실채권이 31조원을 넘어섰다. 200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은행권 전체 기업여신 중 부실채권 비율은 2011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인 2.67%를 기록했다. 대기업 부실채권 비율은 조선·해운업종 부실이 증가한 탓에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부실채권 급증으로 올해 은행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될 전망이다. 기업 대출을 줄이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은행권 부실채권 31조…15년래 최대
○급증한 기업 부실채권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은행권의 부실채권(가계+기업) 규모는 3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보다 1조3000억원 증가했다. 부실채권은 은행이 가계·기업에 빌려준 돈 가운데 회수 가능성이 낮은 대출채권으로, 여신건전성 분류상 원리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 이하 채권을 뜻한다. 지난 1분기 부실채권 규모는 2001년 1분기(38조1000억원) 이후 15년 만에 최대다.

은행권 부실채권은 대부분 기업여신에서 발생했다. 1분기 기업 부실채권은 전체의 93.3%인 29조2000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7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여신 중 부실채권 비율은 2.67%로 전분기(2.56%) 대비 0.11%포인트, 전년 동기(2.11%) 대비 0.56%포인트 상승했다. 2011년 1분기(2.71%) 후 기업 부실채권 비율로는 최고치다.

기업 규모별로 중소기업 부실채권 비율은 전분기보다 0.03%포인트 줄어든 1.61%를 기록한 데 비해 대기업(금융권 여신 500억원 이상)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1분기 4.07%로 2008년 1분기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간銀 줄었는데 국책銀만 급증

은행별로 보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대부분 줄었다. 우리은행은 1년 새 부실채권 규모를 8000억원 줄였다. 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도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3000억원과 2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보유액은 급격히 늘었다. 이들 은행이 STX조선해양,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기업여신을 집중적으로 떠안은 탓이다. 산업은행의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1분기 2.66%에서 올 1분기 6.7%로 급등했으며 같은 기간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2.04%에서 3.35%로 올랐다. 농협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1년 새 0.55%포인트 높아졌다.

금감원은 은행권 부실채권이 2분기 이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달부터 조선업종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당장 정부가 이달 말께 성동조선해양과 SPP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 조선사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에 착수하면 은행들은 여신건전성을 재분류해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