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다음달 말로 예상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기로 '사실상 일본기업'이라는 국적 논란을 벗고, 확보한 5조~6조원의 공모자금으로 해외 면세점, 명품 브랜드 인수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18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어 기업공개(IPO) 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바로 다음날인 19일에는 2015년도 결산까지 포함한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상장 실무 절차를 밟게 된다.

롯데는 증권신고서 제출 직후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딜 로드쇼(Deal Roadshow·주식 등 자금조달을 위한 설명회)에 나서고, 여기에서 수렴된 의견과 수요 예측 등을 바탕으로 주간 증권사는 공모가를 확정한다.

이 가격을 기준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은 뒤 모인 주식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상장이 이뤄진다.

◇ 일본 지분 98%→65% '뚝'…신동빈 "중장기 50% 밑으로"
롯데그룹이 기대하는 호텔롯데 상장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롯데의 '일본 기업' 논란을 호텔롯데 상장으로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다.

현재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서 사실상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이 대표이사로 등기된 12개 L투자회사들(지분율 72.65%)이고, 여기에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19.07%)까지 더하면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호텔롯데 지분의 98%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결국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호텔롯데를 다시 일본 롯데가 지배하는 셈으로, 현재 구조를 유지할 경우 롯데는 '일본 기업' 논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후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일 롯데 계열사들의 지분 구조가 처음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롯데는 국적 시비에 시달렸다.

하지만 상장 이후에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롯데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전체 호텔롯데 주식의 35%를 개인·기관투자자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25%는 신주를 발행하고, 10%는 기존 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구주매출)하는 방식으로 공모가 이뤄진다.

이 계획대로 공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계 주주의 지분율은 결과적으로 98%에서 65%까지 떨어진다.

아직 여전히 일본계 주주들의 영향력이 크지만 예전처럼 롯데의 일본 계열사(투자회사 포함)들이 전적으로 호텔롯데의 경영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게 된다.

상장 후에는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금융감독원 등에 제출해야하는만큼 기업 경영과 지배구조의 투명성 측면에서도 시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 일반증인으로 출석해 "중장기적으로 일본 주주 비중을 50% 아래로 낮추고 일반 주주의 지분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롯데그룹의 '일본색 탈피' 노력은 호텔롯데 상장 이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 2조이상 M&A에 투입…'세계 1위 면세점' 노린다
롯데 입장에서 상장의 또 다른 이점은 막대한 자금을 모아 그룹의 핵심 부문인 호텔·면세업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 공모가는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등을 거쳐 확정되겠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호텔롯데 예상 공모가 범위는 주당 9만원~12만원 수준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그동안 "호텔롯데 주식은 되도록 많은 주주들이 소유할 수 있는 대중적 주식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10만원 안팎 수준에서 크게 벗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이 같은 예상 공모가와 호텔롯데의 공모 주식 수(기존 주식수 1억235만주×0.35) 등을 고려하면 호텔롯데는 이번 공모를 통해 최소 5조5천억, 많게는 6조원의 공모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는 상장으로 거머쥔 '실탄'의 상당 부분을 인수·합병(M&A) 등 공격적 성장 전략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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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6조원에 이르는 공모자금 가운데 2조원 정도는 이미 면세점의 M&A 자금으로 거의 용도가 정해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면세점이 호텔롯데의 매출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만큼 면세점의 M&A와 해외진출에 2조원 정도가 우선 배정될 것"이라며 "이미 호주 면세점 등과 M&A 관련 접촉도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무디리포트 집계) 듀프리(스위스·48억5천만유로)·DFS그룹(미국·37억5천만유로)에 이어 세계 3위 면세점(33억4천600만유로)인데, 만약 2조원의 공모자금으로 대형 M&A를 1∼2건 성사시킬 경우 1~2년 사이 2위 DFS를 제치고 1위 듀프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롯데의 전망이다.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아예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해외 명품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면세점 성패의 핵심이 주요 명품 브랜드 입점에 좌우되는만큼 명품을 직접 계열사로 거느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명품 브랜드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검토 대상 업체 리스트를 작성하는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 관계자는 "면세점이나 호텔이나 해외 진출을 계속 추진해야하고 상품 아웃소싱(조달)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해외 업체들과 접촉해야하는데 명품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협상력 등에 큰 차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세계 2위 DFS 면세점이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도 모기업 프랑스 명품브랜드 그룹 '루이뷔통 모엣 헤너시(LVMH)'의 세계 유통업계 내 영향력과 상품 소싱 능력 덕이라는 게 롯데의 분석이다.

반대로 최근 개장하거나 개장을 앞둔 국내 신규 서울시내 면세점들의 경우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이끄는 용산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을 빼고는 여의도 63빌딩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 동대문 두산 면세점 등 모두 명품 브랜드 유치에 크게 고전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공모자금으로 해외 주요 면세점과 호텔 등의 인수에 성공한다면 호텔롯데와 롯데의 세계 업계 내 위상은 분명히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며 상장 효과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