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구글캠퍼스' 삼성센트럴파크 문 열다
오후 3시20분. 여느 회사라면 직원들이 좁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기 바쁠 시간이었다. ‘휴게공간에서 직원들을 찾아보기 힘들지 않을까’ 했던 예상은 빗나갔다. 한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드넓은 공간에 직원들이 모여 한창 수다를 떨고 있었다. 대부분의 직원은 청바지에 후드티셔츠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지난 3일 찾은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내 센트럴파크 모습이었다. 직원들은 일상적 고민을 나누고, 업무와 관련해 “이건 어떻게 생각해?” “그게 과연 될까?”라며 활발하게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손에는 커피나 음료수, 빵 등이 들려 있었다. 삼성 센트럴파크가 들어서면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는 전 세계 직장인들이 한 번쯤 근무해 보고 싶은 일터로 꼽는 구글의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플렉스’와 비교해봄 직해졌다.

◆대형 축구장 5개 크기

'한국판 구글캠퍼스' 삼성센트럴파크 문 열다
삼성 센트럴파크는 지난 2일 문을 열었다. 이곳은 삼성전자 직원 3만여명이 자유롭게 사업 아이디어를 고민하거나 건강관리, 휴식 등을 즐길 수 있는 편의공간이다. 대형 축구장 다섯 개를 합쳐놓은 것과 같은 면적인 3만8324㎡ 규모의 지상 1층엔 나무 4200여그루를 심어 공원으로 꾸몄다. 1만9326㎡ 규모의 지하 1층은 각종 편의시설을 모아 거대 아케이드로 조성했다.

이곳은 2013년까지만 해도 TV, 가전 등의 신기술을 연구하는 연구소가 있던 자리다. 1980년대 지어진 이 연구소에는 매점 같은 편의시설이 하나도 없었다. 삼성전자가 이 공간을 새롭게 바꾼 것은 미래 성장을 위해선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서다.

삼성전자는 2014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2년간 공사를 했다. 이 시설을 짓는 데 들어간 비용은 총 1845억원이다. 직원 편의시설을 짓기 위해 이 정도 비용을 투자한 기업은 한국에선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글로벌 기업 가운데에도 구글 등 일부 기업만이 이 정도 규모의 투자를 했다.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29만㎡ 규모의 구글플렉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글플렉스에는 사무동을 포함해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 휴게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직원들이 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회사 전체의 경쟁력도 강화된다’는 구글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한국판 구글캠퍼스' 삼성센트럴파크 문 열다
◆혁신·창조적인 조직문화 추구

구글의 이런 철학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 부회장은 요즘 틈만 나면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자”고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삼성 컬처 혁신 선포식’을 열고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트업처럼 빠르고 열린 조직을 이루려는 목적에서다. 삼성 센트럴파크는 총 5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 동호회 활동방, 은행, 카페, 마트, 택배창구 등 편의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사내 벤처육성 프로그램인 ‘C랩’ 연구공간도 들어가 있다.

이곳에선 삼성전자 직원이라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내고 제품화까지 할 수 있다. 외주 제작을 따로 주지 않고 시제품을 바로 만들어 볼 수 있도록 3차원(3D) 프린터 3대와 각종 공구도 들여놨다.

곳곳에는 ‘아이디어 포켓’ ‘힐링 포켓’이라는 이름의 크고작은 회의실이 마련됐다. 이곳에선 둥근 의자부터 네모난 의자, 등받이가 없는 의자까지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를 볼 수 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만큼 엉뚱하고 실험적인 시도가 쏟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