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최대주주 '주식 담보대출' 주의보
상장사 최대주주들이 경영권을 위협받을 정도로 주식담보대출을 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모회사가 회사 운영자금을 수혈받거나 개인 대주주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대출받는 경우가 상당수다.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최대주주는 주가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담보주식을 반대매매(강제 일괄매도) 당해 매도 물량이 시장에 대거 출회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급증하는 주식담보 공시

상장사 최대주주 '주식 담보대출' 주의보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4월 말까지 4개월 동안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계약 체결’ 공시는 3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공시 건수(11건)의 약 네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계약 체결 공시를 코스닥 시장에 한해 처음 도입했다. 최대주주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등의 사유로 담보권이 실행되면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되는 계약조건일 때 공시해야 한다.

최대주주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된 경우가 많다. 디케이마린은 지난달 11일 보유하고 있는 디케이앤아이 지분 16.5%를 담보로 60억원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디케이마린은 운영자금 마련을 차입 목적으로 밝혔다. 이 회사는 영업이익이 최근 매년 감소하다가 지난해에는 적자로 돌아서는 등 주요 사업인 해상운송업 불황 여파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이제이레저는 지난달 4일 보유 중인 르네코 지분 7.7%를 담보로 9억원을 빌렸다고 공시했다. 도소매업체인 이제이레저는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마이너스 1억원가량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개인 최대주주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상업 씨는 지난달 20일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일진파워 지분 5.3%를 담보로 1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공시했다. 김용빈 한국테크놀로지 대표는 지난 1월 부채를 갚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지분 5.9%를 담보로 30억원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개인 최대주주들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담보대출을 받기도 한다. 고(故) 김종인 전 미래컴퍼니 대표의 아들인 김준구 씨는 지난달 18일 미래컴퍼니 지분 15.5%를 담보로 74억원을 차입했다고 공시했다. 김씨는 2013년 김 전 대표가 타계하면서 지분 24.8%를 물려받았다. 이후 매년 상속세를 분할납부하고 있다.

○반대매매, 불성실공시도

보유주식을 담보로 잡힌 최대주주들은 반대매매를 당할 위험이 있다. 하경태 플레스컴 대표는 지난해 12월 담보로 잡혔던 회사 지분 9.2%를 반대매매 당해 지분율이 17.7%에서 8.5%로 줄었다. 하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물량이 출회하면서 주가는 반대매매 공시 직후 10% 이상 하락했다.

때문에 상장사들은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계약 체결을 공시하기만 해도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케이에스피는 최대주주인 한국공작기계가 보유지분 42.65%를 담보로 내놨다는 공시를 낸 지난 2월 전일 대비 18% 상승하던 주가가 -2%로 마감됐다.

불성실한 공시도 눈에 띄어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가희는 지난 2월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담보제공계약 체결을 지연 공시했다는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대주주의 주식 담보 대출이 발생한 경우 공시하지만 만기가 된 경우에는 공시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주식 담보 상황의 체결일과 변동일을 누락하는 공시도 있어 투자자들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