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기업가’로 불리는 엘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독특한 경영 방식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머스크는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항공우주업체 스페이스X, 태양광 에너지기업 솔라시티까지 혁신기술을 앞세운 창업으로 성공신화를 일궜지만 주주를 손실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자금 거래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론 머스크의 리스크…주식담보로 돈 빌려 계열사 지원
“미국선 보기 드문 자금조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가 세운 3개 회사의 가치가 500억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이지만 그의 경영 방식은 다른 기업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unconventional)’고 28일 전했다.

WSJ는 일례로 솔라시티가 발행한 회사채 대부분을 스페이스X가 사들인 사실을 들췄다. 솔라시티는 2014년 10월 ‘솔라본드’로 불리는 2억1400만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판매된 솔라본드 1억500만달러어치 중 9000만달러어치를 매입했다. 머스크는 “탁월한 투자”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WSJ는 그가 두 회사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라는 점을 들어 스페이스X가 솔라시티를 지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자신이 보유한 개인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회사에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테슬라와 솔라시티가 자금이 필요할때 골드만삭스 등을 통해 4억7500만달러를 대출받아 두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매입하는 형태로 자본금을 확충했다.

WSJ는 머스크가 받은 대출이 약 25억달러에 달하는 두 회사 지분을 담보로 유지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진은 대개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지 않으며, 대출을 받을 경우 다른 주주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8일 테슬라 주가가 주당 150달러까지 추락했을 때 투자자 사이에서는 머스크가 ‘마진콜’을 받을 위험에 처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마진콜은 주식을 매입할 때나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을 때 주가 하락으로 담보가치가 내려가면 담보물 증액을 요구받는 상황을 뜻한다.

그는 앞서 지난해 8월에도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16억달러를 빌렸다. 당시 주당 242달러인 주가가 40% 가까이 폭락하면서 담보가치가 대출 금액을 밑도는 상황에 처했다. 머스크가 마진콜을 받게 되면 테슬라 주식을 추가로 매각해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의 주식 매각은 테슬라 주가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WSJ는 머스크가 통상적인 미국 CEO에게는 찾아보기 드문 방법으로 회사가치를 유지하고 있다며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이 이 같은 방식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주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 없을 것”

머스크는 “다른 주주들이 위험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가 받은 대출금을 모두 더해도 그가 보유한 테슬라와 솔라시티 주식의 순자산가치 100억달러의 5%도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머스크는 “마진콜을 받을 확률은 거의 ‘제로(0)’”라며 “필요하면 비상장회사인 스페이스X 지분을 추가 담보로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게 자신의 투자 철학이자 도덕적 의무라고 했다. 자신이 먹을 생각이 없는 과일을 다른 사람에게 먹으라고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내가 투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투자를 권유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주주들에게 ‘선장은 배에서 가장 나중에 내린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테슬라 주식을 먼저 팔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WSJ는 솔라시티 주가가 올 들어 35% 하락했고, 테슬라 주가 역시 지난해 12월부터 전기차 모델3 출시 이전인 지난 2월 말까지 40% 하락하는 등 심한 변동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머스크의 사업 열정과 비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외부 환경 변화가 가져올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스페이스X와 체결한 위성공급 계약에 따라 지급하는 16억달러를 솔라시티 지원에 전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스페이스X는 NASA와 공동으로 이르면 2018년 화성에 무인탐사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라고 28일 발표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화성 탐사 첫 시험에 ‘레드 드래곤’ 우주선을 투입한 뒤 본격적인 화성 탐사엔 ‘드래곤2’ 우주선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2030년 인류의 첫 화성 탐사라는 역사적인 목표를 앞두고 민관 협력시대가 막을 올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