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IB 1분기 트레이딩 매출 최대 56% 감소…최대 운용사 블랙록도 감원

가뜩이나 초저금리와 실적 악화로 글로벌 금융권에 감원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앞으로도 핀테크(금융+IT기술)에 밀려 대대적 인력 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씨티그룹은 유럽과 미국의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에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앞으로 10년간 현재 인력의 30% 이상인 170만명을 감원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은행들은 세계 금융위기로 정점 대비 73만명을 줄인 바 있다.

보고서의 집필자 가운데 한 명인 로닛 고스는 위기를 겪거나 IT가 발달한 나라의 은행들이 가장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인력을 많이 정리했지만, 소매은행들은 그렇지 않다.

유럽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FT는 해고의 촉매제를 2가지로 들었다.

하나는 은행이 지점을 줄이고 온라인에서 더 많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기술이다.

다른 하나는 수익성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자의 공격에 대처하기 위해 군살을 빼야 할 절박함 때문이다.

씨티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핵심 전쟁터는 대출이다.

지난 6년간 핀테크에 유입된 자금 190억 달러 가운데 46%가 대출 분야가 차지했다.

핀테크 투자에서 대출 다음은 23% 비중인 결제 분야다.

저금리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대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짭짤한 대출과 결제 시장의 점유율을 잠식당하는 것은 타격이 크다고 FT는 전했다.

씨티은행은 대출 시장의 점유율을 지키는 것이 은행들에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씨티가 분석한 은행들은 순이익의 56%를 대출에서 낸다.

결제 분야는 7%에 불과하다.

씨티는 핀테크의 대출 부문 투자가 많지만, 아직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투자자들이 펀딩클럽 등의 플랫폼을 이용해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P2P 대출은 전체 글로벌 대출의 1%에 그쳤다.

씨티그룹의 디지털 전략 부문 글로벌 책임자인 그렉 백스터는 서유럽과 미국의 트렌드는 아시아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소매은행 매출의 2∼3%만 가져갔는데 중국에서는 자금이 디지털로 이동하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전자상거래의 96%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들어 트레이딩 사업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1분기 매출은 최대 56%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이 심각하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주 1분기 트레이딩 매출이 최대 45% 떨어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FT가 설문한 전문가들은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UBS, 바클레이스 등 4개 유럽 투자은행의 1분기 매출이 평균 25%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도 고전하고 있다.

1분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트레이딩 매출은 각각 최대 48%와 56% 줄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의 성장 둔화, 저유가와 함께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 금융권에서 대량해고와 배당금 축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크레디트스위스는 2천명을 추가 해고하겠다고 발표했고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말 채권 등의 부문에서 1천200명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직원의 3%인 400명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이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kimy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