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올리지도 않았는데…신흥시장 벌써 '강달러 몸살'
신흥국 금융시장에 강(强)달러 주의보가 내려졌다. 오는 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유력해지면서 자본유출과 함께 환율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카자흐스탄이 액면금액이 기존 최고액 화폐의 두 배인 2만텡게 지폐를 발행한다고 전했다. 올 들어 유가 하락 등으로 경제에 비상이 걸린 카자흐스탄은 텡게화 가치가 최근 3개월간 38% 폭락했다. 수입물가가 급등해 1만텡게가 33달러에 교환될 정도로 수입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서 고액 화폐를 유통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 8월 변동환율제를 채택하면서 텡게화 방어를 포기했다. 지난달 초 중앙은행 총재를 교체하고, 국부펀드를 환율 방어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추가로 텡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환율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최근 기준금리를 연 6.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자국 화폐인 랜드화 가치가 추락하고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는 우려에 선제 대응한 것이다. 올 들어 랜드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23%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도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커지자 화폐의 평가절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CNBC는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통화 하락과 수입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긴축에 동참하는 신흥국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멕시코와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페루 등을 예상 국가로 지목했다.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22를 기록해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자료를 인용,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부채비율이 높은 신흥국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건수가 올 들어 지난해보다 40% 급증해 2009년 이후 최대를 기록하는 등 신흥국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