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수출입 전체 교역액 예년보다 90억달러 모자라
유가·中침체 등 불안요소 여전…산업부 "4분기 호재 요인에 기대"

8월 월간 수출액이 6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지는 등 수출입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5년 연속 연간 교역 1조 달러 달성 가능성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잠정 집계한 8월 수출액은 393억3천만달러에 그쳤다.

월 수출액이 4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1년 2월 385억달러 이후 처음이다.

감소율로 따져보면 작년 같은 달보다 14.7%나 줄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수입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줄어든 349억8천만달러로 파악됐다.

8월까지 누적 교역액은 6천507억달러로 수출액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1%, 15.8% 감소했다.

2011년 교역 1조 달러를 달성한 뒤 지난 4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8월까지 6천600억달러 안팎의 교역액을 기록했다.

예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90억달러 이상 모자란 셈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 극적인 반등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교역 1조 달러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월에도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유가하락에 중국 수요 감소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석유제품(19억달러 감소)과 석유화학(11억달러 감소) 부문에서만 30억달러나 감소했다.

이미 건조된 드릴십 두 척의 인도가 연기되면서 11억달러가 다시 계산에서 빠졌다.

윤갑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1일 브리핑에서 "이 두 부문에서만 41억달러가 감소했는데 전체 수출의 8.9%를 차지하는 규모"라며 "드릴십은 한국 업체가 이달 말에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유가 하락으로 유전 개발 수요가 줄어든 바람에 선주가 인도를 연기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의 수입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중 수출이 전년보다 8.8%가 줄었다.

문제는 이처럼 수출에 부정적인 요소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부는 9월에도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유가영향 품목과 선박 부문 수출 감소세가 계속되리라고 전망했다.

윤 정책관은 "9월에도 6억2천만 달러 규모의 드릴십 한 척 등의 인도 연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하락세가 지속되면 관련 품목의 교역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한 세계 교역의 부진세가 우리나라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반기에도 중국발 세계 경기불안 등 대외 여건은 여전히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심혜정 연구원은 "금년 무역 1조달러 달성 목표는 가능성은 있지만 하반기 국제유가 상승이 불투명한데다 중국 경기 불안과 미국 금리 인상 등 부정적 요인들이 산재돼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수출 전선에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 정책관은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를 지금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금리가 인상되더라도 수출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4개월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9월까지는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겠지만 이후로는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원화 평가 절하 등 환율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아지고 있고 선박 인도 물량 증가, K5와 아반떼 같은 신차 출시 등 호재가 있기 때문이다.

윤 정책관은 "10월 이후에는 드릴십 등의 인도 연기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환율이 약세라 수출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중국 소비재 수출이 늘고 있고 반도체 등 주력 품목과 OLED 등 신규 유망 품목의 수출이 호조세"라고 설명했다.

교역 1조 달러 달성 가능성에 대해 그는 "현 시점에서는 무리로 보일 수 있지만 남은 하반기에는 호재가 더 많다"며 "그래서 교역 1조 달러 달성 여부를 지금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