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반올림
사진출처=반올림
[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에 걸려 사망한 근로자 및 유족에 대한 피해 질병 범위를 백혈병 등 5가지 혈액암을 포함, 뇌종양 유방암까지 모두 7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최대 핵심 쟁점인 보상 금액에 대해서는 "사회 통념상 합리적 수준에서 보상액을 책정하겠다"는 다소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삼성전자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열린 피해 보상 2차 조정위원회에 참석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새로운 보상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쟁점 질병인 백혈병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혈액암을 보상 대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혈액암은 백혈병 및 비호지킨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골수종, 골수이형성증후군 등 5종을 뜻한다.

여기에 기존 회사 사업장에서 산업재해 승인 이력이 있는 뇌종양과 유방암을 추가하기로 했다. 따라서 보상 대상 질병은 모두 7종이 포함된다.

기존 산업재해 신청자뿐 아니라 추가 보상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보상하겠다고 덧붙였다. 7종 질병 발병자 중 담당 직무와 재직기간, 퇴직과 발병시기 등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면 인과 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모두 보상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다만 퇴직 후 10년 이내에 발병한 경우 여타 조건을 따져 퇴직 후 어떤 일을 했는가와 무관하게 보상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더 나아가 타당한 근거를 제시할 경우 다른 발병자에 대해서도 보상을 논의한다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보상은) 회사 발전에 기여한 데 대한 보답 차원의 보상이기 때문에 별도의 산업재해나 손해배상 신청에도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보상금액을 사회 통념 기반으로 책정하겠다는 배경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나 손해배상처럼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아 금액 책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산재보상 제도나 중소기업 등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쟁점 중 하나인 사고 방지 대책 수립안에 대해서도 새롭게 제안했다.

우선 예방과 관련해서는 성분을 알 수 없는 공급사 영업비밀 물질에 대해 수시로 샘플링 조사를 실시해 유해성분 포함 여부를 점검키로 했다. 그간 특정 화학제품 도입 시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보증서를 받아 서면으로만 검증해왔으나 앞으로는 수시 샘플링 조사로 유해성 검증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또 안전 및 보건 관련 생산 현장 자료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규정한 보존 기간보다 2배로 늘려 보존한다. 2년짜리 자료는 4년, 3년 자료는 6년, 5년 자료는 10년으로 늘리되 최대 30년 이내로 보존한다. 해당 자료의 법정 보존기간 이후 특정 질병이 발생할 경우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폐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했다.

한편 이날 2차 조정위는 언론 등 대외에 처음 공개된 채 진행됐다. 지금까지 반년 넘게 진행된 백혈병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되면서 각자 입장차만 부각된 채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했던 행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시도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각 교섭주체의 요구사항을 분명히 밝히고, 입장차가 두드러지는 사안은 대화를 통해 조정위의 중재를 이끌어내려는 포석이다.

투명성을 높인만큼 실질적 보상 합의에 한걸음 더 다가갈지 주목된다. 우선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 반올림 측은 각각 각자가 준비해온 해결 방안을 담은 제안서를 발표했다. 이후 조정위원장 및 위원 2명 등 총 3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와 교섭 주체들은 각 제안 사항을 토대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다.

이미 세 교섭주체는 지난 9일 각자의 입장을 담은 제안서를 조정위 측에 전달한 바 있다.

조정위원장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인 김지형 전 대법관, 조정위원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와 정강자 인하대 법학법문대학원 초빙교수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