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2조 빅딜'] 이부진 '화학 승계' 사라져…더 뚜렷해진 3세 경영 구도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방위산업·석유화학 사업을 일괄 매각하면서 향후 삼성가 3세 경영인들의 승계구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 안팎에선 이번 계열사 매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이 어떤 계열사를 이어받을지에 대한 구도가 좀 더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와의 ‘빅딜’로 삼성에서 떨어져 나가는 계열사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등이다. 이로써 삼성그룹 사업영역은 △전자 △금융 △건설·중공업 △서비스(호텔, 광고 등) 등 4개 주력 사업부문으로 재편됐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이번 매각 대상에 화학 계열사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토탈은 3세들이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삼성종합화학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 사장은 2007년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으로부터 지분 33.18%를 인수해 삼성석유화학 최대주주가 됐다. 올해 4월 삼성석유화학이 삼성종합화학에 흡수 합병되면서 지금은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를 갖고 있다. 3세 경영인 가운데 화학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건 이 사장이 유일하다. 그동안 삼성 안팎에선 이 사장이 향후 화학부문을 승계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빅딜로 ‘이부진 사장의 화학부문 승계’ 가능성은 사라졌다.

재계의 관심사는 삼성가 승계구도의 ‘최종판’에 쏠린다. 그동안 삼성가 3세 승계구도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금융 부문, 이부진 사장이 호텔·레저 부문, 이서현 사장이 광고·패션 부문을 나눠 가질 것으로 관측돼왔다.

이 부회장은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SDI, 전기 등 전자계열사들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또 최근 상장한 삼성SDS 지분 11.25%를 확보하고 있으며,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지분도 25.1%를 갖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사장에 이어 2010년부터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을 맡고 있다. 이에 더해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 직함도 갖고 있다. 이서현 사장은 제일기획과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맡고 있다.

아직까지 명확한 승계구도가 잡히지 않은 분야는 중공업·건설 부문이다. 삼성 안팎에선 중공업·건설 역시 이 부회장이 총괄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 상사부문 고문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상사부문을 분리해 이 사장이 총괄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태명/남윤선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