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고장에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량
수급 예측 오차 극복 가능한 의미도 지녀

올여름 최대 전력난의 2차 고비인 13일에도 전날처럼 예비력 400만kW 이상을 유지하면서 애초 우려한 위기 상황은 찾아오지 않았다.

전력당국은 애초 이날 피크시간대 최저 예비력이 160만kW까지 추락하면서 수급경보단계상 네번째로 심각한 '경계'(100만∼200만kW)가 발령될 것으로 예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오전 11시19분 순간 예비력이 450만kW 밑으로 떨어져 1단계인 '준비' 경보가 발령된 뒤 상황은 더 악화하지 않았다.

이날 피크시간대 평균 예비력은 442만kW(예비율 6.1%)에 달했다.

전날에도 피크시간대 평균 예비력이 440만kW(예비율 6%)를 유지하면서 전력 위기를 극복했다.

여기에는 물론 산업계와 국민의 절전 노력이 뒷받침됐다.

전력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이날 예보된 최대 전력수요는 8천50만kW였지만 다양한 수요관리 덕분에 7천261만kW까지 낮출 수 있었다.

이날 활용한 비상 수요관리는 전력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15%의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절전규제(301만kW), 산업체 휴가를 분산해 수요를 조정하는 산업체 조업조정(138만kW), 사전에 약정한 기업체의 조업 시간을 조정해 부하를 줄이는 주간예고(91만kW) 등이다.

이 세가지 조치로만 530만kW의 전력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티끌 모아 태산' 처럼 일반 가정·상가 등에서 소소하게 절약한 전력 규모도 약 200만kW에 달하는 것으로 전력거래소는 추산했다.

하지만 사상 최악의 전력 위기가 예고된 12∼13일 연이틀 '예비력 400만kW'가 유지된 것은 돌발 사고를 막으려는 전력 당국의 의지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예비력 400만kW는 전력수급의 최후의 방어선으로 통한다.

2011년 9·15 전력대란 당시에도 예비력 400만kW가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20만kW(경보 5단계 '심각')까지 떠밀렸고 결국 예고 없는 '순환단전'까지 가는 상황을 맞았다.

전력당국이 보는 '예비력 400만kW'의 의미는 여러가지다.

우선 발전기가 고장 나 가동을 멈추는 수급 비상 상황에서 대체력을 확보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량으로 여겨진다.

확률은 높지 않지만 만에 하나 하루에 100만kW급 발전기 2기가 동시에 고장 나더라도 최소한 200만kW 이상의 예비력을 유지해 다른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 예측의 오차를 극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전력량이기도 하다.

통상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의 경우 기온이 1도 오를 때 냉방수요가 100만∼150만kW 더 증가하는 것으로 전력당국은 분석한다.

기상청도 날씨예보에서 2도 정도의 오차는 용인하지만 전력당국 입장에서는 이 정도 오차가 최대 300만kW의 추가 전력 소모를 불러 예비력이 충분치 않으면 자칫 전력위기를 부를 수 있다.

아울러 5천kW 이상의 전력을 쓰는 기업체가 많아지면서 순식간에 변할 수 있는 수요량이 최대 100만kW에 달한다는 점도 고려된 수치가 '예비력 400만kW'라는 게 전력당국의 설명이다.

전력당국이 12∼13일 통상 '준비' 경보가 발령돼야 동원하는 전압하향조정, 시운전발전기 가동 등을 예비력이 충분한 오전 9시 안팎에서 조기 적용하는 것도 예비력 400만kW 확보 노력과 무관치 않다.

전력당국의 한 관계자는 "예비력 400만kW를 전력수급의 마지노선으로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OECD 평균인 예비율 15∼20%를 확보해 비상 수급대책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lu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