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데드라인을 하루만 남겼다. 정치권이 끝내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내년부터 5000억달러 규모 세금 인상과 함께 1100억달러의 재정지출이 자동 삭감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경제는 정치적 자해 행위로 인한 부상을 감당할 수 없다”며 의회에 합의를 촉구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재정절벽의 비난을 정치권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주말에도 의회에 나와 숨가쁘게 협상안을 주고받았다.

◆“절벽 추락은 막아야 한다”

그동안 백악관과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이 주도하던 재정절벽 타개 협상을 상원이 넘겨받았다. 베이너 의장의 이른바 ‘플랜B(연소득 100만달러 이상 부자증세 수용)’가 하원에서 거부되면서 협상을 상원으로 넘긴 것이다.

상원 소수당인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이날 의회에서 “협상이 타결될 것 같으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게 희망한다”고 답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밤 늦도록 보좌관들로부터 협상 결과를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양당의 상원 지도부는 이날 저녁까지 60차례 협상안을 주고받았다. 오후 7시 의사당을 잠시 나선 매코널은 “밤새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리드 대표와 30일 오후 3시를 데드라인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합의가 이뤄지면 상원에서 법안 작업을 마무리하고 밤 12시까지 상원 표결에 부쳐야 한다. 그래야 다음날 31일 하원 표결을 거쳐 대통령이 서명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하원이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베이너 하원 의장은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충분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원이 법안을 수정해 상원으로 다시 보낼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고 보도했다.

◆세금 감면만 연장할 수도

부자증세와 지출 삭감, 정부부채 상한선 확대 등을 일괄 타결하는 ‘빅딜’은 시간이 촉박해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산층의 감세 연장과 실업수당 연장 등에 초점을 맞춰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상원 지도부가 논의 중인 협상안은 △중산층 소득세율 현행 유지 △3400만명의 납세자에 대한 최저한세 유예 △내년 1월 지급이 중단되는 200만명의 실직자 실업수당 연장 △부유층 상속세 인상 등이다. 양당이 여론을 의식해 중산층에 타격을 주지 않도록 이른바 ‘스몰딜’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8일 백악관에서 양당 상·하원 지도부를 만나 중산층 이하 가구에 대한 감세와 실업수당 연장만이라도 의회가 처리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라디오 연설에서도 “시한 내에 합의가 어렵다면 상원에 중산층 감세와 실업수당 연장, 적자 감축을 골자로 하는 일괄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요청하겠다”고 압박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중산층의 충격을 막는 조치는 어떻게든 접점을 찾겠지만 재정지출 자동 삭감 중단과 부채한도 증액이 연내 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