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복제약)을 생산하는 중국 로컬 제약사를 인수해 거대 중국시장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사진)은 8일 서울 역삼동 셀트리온제약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 · 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회장은 "중국 내 영업망을 갖추고 의약품 도매 네트워크가 탄탄한 500억원대 규모의 중견 제약사를 우선 (인수)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현지 투자자문사에 M&A가 가능한 중소형 제네릭 제약사를 물색해줄 것을 의뢰했다. 서 회장이 중국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건 내년 하반기부터 중국과 미국 · 일본을 제외한 전 세계 175개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시판에 일제히 돌입하기 때문이다. 서 회장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관절염(레미케이드) · 유방암(허셉틴) 항체 바이오시밀러가 각각 올해 말 임상이 종료된다. 따라서 내년 하반기 국내외 특허를 취득한 뒤 한국 · 남미 · 동남아 · 남유럽 등 25개국에서 시판에 들어간다. 중국 기업을 M&A하겠다는 것은 중국시장 진출의 안전판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서 회장은 "내년 하반기 중국에서 이들 두 제품의 임상에 들어갈 것"이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셀트리온의 글로벌 유통판매 회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중국의) 제네릭 제약사를 인수하고 공장을 지어 항체 바이오시밀러 설비를 갖추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권에서 이슈가 됐던 '셀트리온의 저축은행 인수설'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금융업을 소유할 수 없는 규정 탓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자회사인 셀트리온이 저축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현행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게 된다는 얘기다.

서 회장은 "내년부터 바이오시밀러 시판에 따른 잉여자산이 늘어나게 되면 그룹 차원에서 자산 운용에 대한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온 얘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신 "셀트리온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애플증권을 종합증권사로 키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그룹의 잉여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애플증권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애플증권의 종합증권업 진출을 위해 개인 자격으로 증자에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증권의 대주주는 코린교역(12.3%)이며 셀트리온(9.5%),극동유화(8.6%)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서 회장은 "애플증권을 종합증권사로 키우기 위해 현재 220억원 규모인 자본금을 500억원으로 늘릴 방침"이라며 "증자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금산분리법에 따라 금융회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어 서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증자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보고 있다.

서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위해 M&A 전략을 적극 펼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바이오 융합기술이나 줄기세포 등 차세대 바이오 핵심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외 기업은 모두 M&A 대상"이라며 "150개 기업의 리스트를 확보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