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의 총잡이는 총을 빨리 꺼내야 살 수 있었지만 요즘엔 신용카드를 지갑에서 되도록 늦게 꺼내야 생존할 수 있다. 마그네틱이 손상된 신용카드도 지갑에 넣고 다녀야 한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정부가 지난달 29일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내놓은 터라 이날 포럼에서는 이와 관련한 의견과 질문이 많이 나왔다. 이만우 교수는 평소 강의시간에 학생들에게 말하는 내용을 소개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매출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까지 신용카드 사용을 사실상 권장하는 정책보다는 "직불카드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려 과도한 소비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면서 곁들인 얘기였다.

이 교수는 아울러 정부 대책에 일자리 대책이 빠져 있는데,가계부채 상환 능력을 높여주기 위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가계부채 대책에 대한 금융계 시각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김 사장은 특히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대책 내용과 관련,커버드본드 발행 활성화는 물론 차주들이 고정금리로 전환할 때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돈을 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항상 유리했다"며 "단기적으로 고정금리 전환을 늘리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은행의 조달금리도 함께 높아져 차주들 중에서도 서민들은 오히려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혁세 원장은 이런 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보면 소비자들은 당장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채권 시장을 활성화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통해 고정금리를 점진적으로 늘려 나가도록 유도한다는 게 당국의 기본 방침"이라고 답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