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97년만에 이뤄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첫 기자회견은 예상대로 무난하게 끝났다.벤 버냉키 FRB 의장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제성장 정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다시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FRB는 인플레를 억제하는 동시에 고용을 늘리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연말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짙은 회색 양복에 흰 점이 박힌 붉은 와인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버냉키 의장은 대학교수처럼 차분하게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그는 경제성장 전망과 관련,“지난 1분기 성장세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해 연간 성장률도 당초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며 “하지만 1분기 둔화는 일시적(transitory)인 것이며 올해말까지 완만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FOMC 회의에서 논의한 중기 경기지표 수정치를 공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3.1∼3.3%로 하향 조정됐다고 밝혔다.지난 1월 FRB가 내놨던 성장률 전망치 3.4∼3.9%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것은 미 상무부가 28일 발표할 예정인 1분기 성장률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미흡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버냉키 의장은 설명했다.버냉키 의장은 또 2012년 성장률 전망치를 3.5∼4.4%에서 3.5∼4.2%로,2013년 성장률 전망치도 3.7∼4.6%에서 3.5∼4.3%로 낮췄다.

최근의 상품가격 급등에 대해서도 버냉키 의장은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을 내놨다.그는 “유가 강세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며,산유국들의 정치적 상황이 진정되면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며 “FRB는 유가 급등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냉키 의장은 달러화 약세에 대해 “놀라운 일이 아니며 FRB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과 함께 달러가 강세 기조를 유지하기를 희망한다”며 투자자들이 미 국채와 위험자산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달러 가치가 출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관심이 쏠린 2차 양적완화 이후의 조치에 대해 그는 3차 양적완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버냉키 의장은 “계획대로 국채매입 프로그램을 끝낼 것이며 2차 양적완화가 종료되더라도 실물경제나 금융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다만 6월 이후에도 FRB가 보유한 채권의 만기도래 물량은 재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향후 금리 운용에 관한 방침도 설명했다.그는 FOMC 성명서에 ‘상당기간(extended period)동안 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표현을 계속 사용하는 한 FOMC 회의가 최소 2차례 더 열릴 때까지는 금리 인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FOMC 회의가 약 6∼8주마다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성명서에서 ‘상당기간’이란 표현이 사라진 후 3∼4개월 후에는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다만 경제회복이 지연될 경우 FRB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의 효과에도 한계가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버냉키 의장은 “경제성장이 지체되면 FRB로서는 인플레 압력때문에 추가적인 부양책을 쓰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는 또 “인플레가 계속될 경우 지속가능한 수준의 경제회복은 어렵다”고 지적했다.다음 FOMC 회의는 오는 6월 21일 열린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