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은 어떤 분야든 발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그렇듯 자신이 가진 강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가를 겁니다. "

유럽 최대 재생에너지 연구소인 ZSW의 프리트요프 슈타이스 부소장(사진)은 독일 녹색산업의 급성장 배경에는 국가적 필요성과 제조업 기술력이 적절하게 조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이 녹색산업 육성에 착수한 1991년은 독일의 잠재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진 때였다. 인구밀도는 최고조에 달했고,북해의 석유 생산량은 2000년 정점을 맞을 예정이란 보고서가 나왔다. 석탄 생산도 감소추세에 있었다. 천연가스 역시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리스크가 컸다. 슈타이스 부소장은 "대체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독일은 산업 육성에 나섰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이 대거 참여했다"며 "독일이 초점을 맞춘 녹색산업은 재료기술(태양광,풍력),바이오기술(바이오매스),기계제조(풍력) 등 모두 독일이 강점인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가장 기대되는 산업으로 해상풍력과 CCS 분야를 꼽았다. 모두 독일이 세계에서 가장 앞서 주도하는 분야다. 그는 "해상풍력은 육상풍력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며 "고난도의 설치,유지,보수 기술이 요구되고 변압기,헬기장 등 갖춰야할 부대시설도 훨씬 많다"고 설명했다. 지멘스 등 대기업들이 해상풍력에 유달리 관심을 보이는 것도 높은 진입 장벽과 고수익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슈타이스 부소장은 또 "지열,태양열 등 현재 상용화된 녹색산업은 모두 에너지를 끌어오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그런 측면에서 앞으로는 끌어온 에너지를 저장하고 유지하는 기술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에는 긴 호흡을 주문했다. 슈타이스 부소장은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이 뛰어나지만 녹색산업은 지역적 편차가 크고 응용기술이 다양하다"며 "모든 것을 혼자서 하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 시장에 앞서 국내 시장에서 신뢰성을 쌓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독일 역시 궁극적으로는 수출 시장을 지향하지만 초기에는 국내 보급 확산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