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9일 정책금리(기준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인상함으로써 16개월간 지속된 사상 최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한은은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어 은행 등 금융회사에 돈을 맡긴 사람이나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 모두 고민이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향후 추가로 인상될 것이 확실시되면서 예금이나 대출을 갈아탈지 말지,갈아탄다면 언제가 좋을지 등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기와 폭을 주시하며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앞으로 한은의 행보는

금융회사가 적용하는 예금금리 및 대출금리는 한은의 기준금리에 연동돼 움직인다. 대체로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는 한은 기준금리에 1%포인트 안팎을 더한 수준,대출금리(주택담보대출 기준)는 2~3.5%포인트 안팎을 더한 정도에서 정해져 왔다.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간 한은 집행부 간부들이 비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을 종합해 보면 향후 금리 추이를 어느 정도 예측해 볼 수 있다. 한은은 연 2.0%나 연 2.25%의 기준금리는 비상시국에서만 가능한 금리라고 보고 있다. '10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금융위기'로 예상됐기 때문에 연 5.25%에서 이만큼 낮췄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한국 경제가 빠르게 위기를 벗어나면서 기준금리도 '불황에 대응하는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한은 집행부의 생각이다. 이 수준은 연 3.0~3.25% 정도다. 이후 경제가 정상국면을 지나 호황국면에 진입한다면 연 4~5%로 인상하는 게 적절한 수준이라고 한은은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 연말께 연 2.75% 수준,내년 말께 연 3.5~4.0% 수준으로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예금은 단기로 운용

은행들은 5월 말께 연 3%대 초반이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지난달 말과 이달 초께 연 3%대 중후반으로 올렸다. 한은이 5월부터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해 와 미리 예금금리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예금금리를 거의 올리지 않은 이유다.

만약 한은이 올해 중 추가로 한두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리게 되면 은행들은 그에 맞춰 예금금리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때문에 기존 정기예금에 목돈을 넣어뒀다가 조만간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주는 1년 이상 장기로 정기예금에 재가입하기보다 단기로 운용하는 게 좋아 보인다. 연말께 기준금리가 연 2.75%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면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연 4% 이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운용해 볼 만한 단기 상품으론 자산운용업계의 머니마켓펀드(MMF),증권업계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은행들의 회전식예금 등이 있다.

만약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더디게 진행되고 시중은행이 고금리 특판예금을 내놓는다면 이를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대출 갈아타기는 신중


금리가 오를 때엔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다. 문제는 고정금리 대출의 금리가 변동금리 대출에 비해 높다는 데 있다. 은행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1.5%포인트 격차가 있다.

이정걸 국민은행 금융상담센터 재테크팀장은 "시장금리가 오른다 하더라도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간 차이가 뒤집히기는 어렵다"며 "만기가 3년 미만이라면 변동금리가 여전히 유리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변동금리 내에서 움직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에서 코픽스(COFIX · 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것을 말한다. 코픽스 연동은 '신규 기준'과 '잔액 기준' 두 종류가 있다. 통상 금리가 급격히 오를 때는 대출금리 상승폭이 낮은 코픽스 잔액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이 역시 코픽스 '신규 기준'에 비해 금리 자체가 높기 때문에 정교하게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때문에 지점을 방문해 CD연동,코픽스 신규,코픽스 잔액 등 세 가지를 놓고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금리,향후 금리 인상폭에 따라 적용되는 금리 등을 은행 직원과 함께 살펴보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해외 송금시기 늦출수록 좋아


다른 변수가 없다고 가정했을 때 한은의 금리 인상은 원화가치를 상승(환율 하락)시키는 쪽으로 영향을 미친다. 내외 금리차가 확대돼 한국 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이는 2.25%포인트다. 미국이 제로(0)금리여서다. 미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는 데다 상업용 부동산의 부실화 위험 등 위협 요인이 많아서다.

이종면 외환은행 야탑역WM센터 PB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환율은 지속적이고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외화 실수요자는 환율 추이를 봐가며 여유를 가지고 분할매수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준동/이태훈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