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일 내놓은 `서비스업 연구개발(R&D) 활성화 방안'은 제조업에 비해 소외됐던 서비스업 R&D(연구.개발) 분야로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안을 마련한 배경에는 제조업의 고용창출력이 갈수록 약화하는 상황에서 고령화 사회를 극복하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돌파구가 서비스업이라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노동생산성이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은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을 업그레이드할 도구가 필요한데, 이를 R&D를 통해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서비스업 R&D란 = 국내에서 R&D의 개념은 흔히 이공학을 이용한 제품ㆍ기술 개발 또는 제품의 성능을 높이고 공정을 혁신하기 위한 활동으로 인식됐다.

서비스업 R&D는 이에 그치지 않고 기존 기술과 서비스를 융합하거나 인문ㆍ사회학을 가미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서비스 전달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더 폭넓은 연구와 개발활동을 통칭한다.

인터넷으로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아이튠즈' 서비스와 아이폰, 아이팟 등 제조업 제품을 결합한 애플사의 경우가 서비스업 R&D의 모범사례다.

고객이 회전 초밥을 먹는 순서와 시간을 바코드로 측정해 적시에 원하는 초밥을 공급해 초밥 폐기비율을 30%에서 5%까지 줄인 일본의 구라스시, 종업원이 커피를 만드는 행동을 관찰해 원두의 저장위치를 개선해 제조시간을 줄인 스타벅스도 이런 R&D의 산물이다.

국내에서도 사이트 접속 시 눈길이 가장 많이 가는 부분 등 사용자의 습관과 행동을 연구해 주요 콘텐츠를 배치한 네이버, 배경음악과 화면 설정에 따른 제품별 매출량 변화를 연구한 GS홈쇼핑도 서비스업 R&D를 통해 실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센서 기술과 시뮬레이션 구현 기술을 골프에 접목한 스크린 골프, 단순한 번호표 대신 고객의 신용카드로 방문 목적을 미리 파악해 대기시간을 줄이는 안내 시스템도 서비스업 R&D가 새로 만들어낸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경부는 경험과 감(感)이 중시되던 서비스업에 과학적ㆍ체계적 방법을 도입해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혁신하는 활동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2008년 현재 정부의 R&D 투자 중 서비스 부문의 비중은 2%로, 2004년 기준 독일의 7분의 1 수준에 그치는 실정이다.

◇서비스업 R&D 추진 방향은 = 정부는 일단 개념이 생소한 서비스업 R&D의 정의와 범위를 확립하고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정책을 펼 방침이다.

정부는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서비스 전달체계 개선을 목적으로 창의적 지식을 활용해 수행되는 기술, 인간, 사회, 문화 측면의 연구 개발 활동을 서비스업 R&D의 정의로 삼았다.

산업기술혁신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서비스업 R&D의 범위를 ▲새 서비스 상품 구현을 위한 요소기술 개발 ▲서비스업에 필요한 장비 개발 ▲제품의 서비스화 ▲비즈니스 모델 혁신 등 크게 4가지로 나눠 지원키로 했다.

투자 규모도 2008년 570억원이던 것을 2012년까지 연간 1천200억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올해부터 2012년까지 총 3천억원을 투입한다.

정부의 투자는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글로벌 교육서비스와 헬스케어.금융.관광 등 신성장 동력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디자인.엔지니어링.광고 등 다른 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서비스업 분야에 집중된다.

지경부는 서비스업 R&D의 결과물을 시험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한 실험실을 2014년 구축하는 등 뇌과학, 인지과학을 활용한 서비스 품질 평가제도를 개발키로 했다.

제조업 중심으로 한정된 `기술개발'의 범위에 서비스업을 포함하고 서비스 업종의 전담부서를 인정하는 근거를 명확히 해 R&D 비용의 세액공제 대상을 현행 과학기술에서 문화산업 분야까지 확대하는 법 개정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