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의 근본 원인이 부품의 전장화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세계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자동차가 과거 기계장치에서 '전자장비'로 빠르게 바뀌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효율 · 친환경을 위해 전장화를 빠르게 추진해 온 각국 자동차회사들이 연구개발 단계에서의 안전 점검 강화에 나섰다.

◆프리우스도 전자제어 문제

프리우스의 제동장치 문제가 전자제어시스템에 있었다고 도요타가 4일 공식 인정했다. 전기모터와 휘발유 엔진을 번갈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카는 일반 자동차와 달리 유압식 브레이크뿐 아니라 에너지 재생 브레이크도 함께 달려 있다. 재생 브레이크란 브레이크를 밟거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차의 운동 에너지가 배터리로 전달돼 감속과 동시에 충전도 되는 첨단 장치다.

문제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유압식 브레이크와 재생 브레이크가 동시에 걸리는데,저속으로 달릴 때는 한쪽이 먼저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후 내장된 컴퓨터 설정에 따라 두 개의 브레이크가 동시에 작동하도록 전환된다. 프리우스의 브레이크 문제는 이 과정에서 1초 안팎 제동에 공백이 생기는 데서 비롯됐다. 기계적 결함이기보다는 전자제어장치의 문제란 설명이다. 도요타의 다케우치 리리코 대변인은 "자체 조사 결과 프리우스에 내장된 브레이크 제어 컴퓨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프리우스 소비자들에게 이 문제를 어떻게 알릴지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교통부도 도요타의 대량 리콜 원인이 전자제어시스템의 결함일 가능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미 교통부 관계자는 "고속도로안전관리국(NHTSA)에서 도요타 차량 내 전자파 장애가 속도조절 시스템의 오작동을 유발할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4년엔 부품의 40%가 전자장비

노무라경제연구소는 2002년 자동차 부품의 25%에 불과했던 전자장비가 올해 35%,2014년 40%에 달할 것이라고 최근 예측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부품의 40% 이상이 전기전자 장비로 교체될 경우 자동차는 더이상 기계장치가 아니다"며 "이번 도요타 사태는 자동차의 전장화가 대규모 리콜을 촉발한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는 2000년대 초부터 새로운 방식의 전자가속 장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가속 페달은 엔진 케이블과 연결돼 있었지만 지금은 운전자가 어떻게 가속페달을 밟는지를 감지해 전자센서가 전자제어장치(ECU)에 신호를 보내 통제한다.

전자장비의 오작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태의 충격이 자동차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주요 업체들이 신기술을 바탕으로 전자부품 장착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세이프티 리서치&스트래티지의 션 케인 대표는 "자동차업체들의 검증 능력이 설계 능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전자장비가 늘어날수록 문제점도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 · 기아차,협력사 특별점검

현대 · 기아차는 전자장비 등 핵심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착수했다. 지난 1일 정몽구 회장이 "도요타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며 철저한 품질 관리를 강조한 이후다.

우선 400~500곳에 달하는 1차 협력업체 중 차량 안전과 직결된 업체를 선별해 집중적인 품질 점검을 시행키로 했다. 해외 협력업체에 대해선 수일 내에 품질점검 기준을 제시해 1차로 자체 점검을 실시하도록 한 뒤 이달 중순 본사에서 점검팀을 급파할 예정이다.

뉴욕=이익원/도쿄=차병석 특파원/조재길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