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조원 규모에 달하는 UAE 원전사업을 따낸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설계 운전 시공 등 각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드림팀'으로 구성됐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은 지난 30여년간 국내 원전사업을 진행하며 쌓아온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 수주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전 컨소시엄은 다른 해외 컨소시엄에 비해 후발주자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아레바,미국과 일본의 GE-히타치 등 그동안 세계 원전시장을 독점해 온 선진 원전기업을 따돌리는 저력을 보여줬다.

◆종주국에 원전기술 역수출

원전 설계를 맡는 한전기술은 원전 설계의 핵심 부문인 발전소 종합설계와 원자로 계통설계 기술을 모두 갖고 있는 세계 유일의 발전소 설계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300억원 규모의 기술용역 계약을 맺어 원전 종주국인 미국에 원전 설계기술을 역(逆)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UAE 원전의 시운전을 담당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에서 20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6기의 원전이 모두 준공되는 2014년에는 총 2만5052㎿의 발전설비 용량을 보유하게 돼 세계 5위의 원자력발전회사로 올라선다. 핵연료를 공급하는 한전원자력연료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경수로용 원자력연료와 중수로용 원자력연료를 동시에 생산한 회사다.

원전용 기자재 제작 회사인 두산중공업은 핵심 설비인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를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미국에서 발주한 신규 원전 프로젝트의 핵심 주기기를 수주했고,같은 해 5월 중국핵공업집단공사(CNNC)와 중국 내 원전 사업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잇따라 체결하는 등 지난 20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 기자재를 공급했다.

◆첨단 시공기술로 건설 공기 앞당겨

발전소 건설을 담당하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시공능력도 최고 수준이다. 두 회사는 20기에 달하는 국내 원전을 건설하면서 축적한 시공기술을 토대로 원전 건설 공기를 세계 최단 기간인 55개월로 낮췄다. 경쟁국인 미국(57개월) 프랑스(60개월)보다 공기를 2~5개월 앞당긴 것이다.

현대건설은 1971년 국내 첫 원전인 고리1호기를 건설한 이후 현재까지 국내에 가동 중인 원전 20기 중 60%에 해당하는 12기의 시공을 맡았다. 그동안 건설한 원전 12기의 연간 최대 발전용량은 총 1만629㎿에 달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압경수로(PWR)와 가압중수로(PHWR)를 건설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고리 1~4호기,영광 1 · 2호기,월성 1호기 등을 건설하며 습득한 외국 선진 원전 시공기술을 바탕으로 독자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1995년 완공한 영광 3 · 4호기 건설 과정에서는 국내 최초로 시공기술 100% 자립을 달성,이듬해인 1996년 미국 유력 에너지전문지 '파워엔지니어링'으로부터 '올해의 프로젝트상'을 수상했다.

삼성물산 역시 2004년 울진 5호기,2005년 울진 6호기(각각 1000㎿급)를 완공하고,현재 신월성 1 · 2호기를 건설하고 있는 등 원전 건설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07년에는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들어서는 중 ·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주설비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