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1200조 '황금 문' 열다
공사비만 200억 달러…10년간 11만명 고용 창출
'원전 강국' 꿈 이뤄…터키ㆍ요르단·동남아서, 추가 수주 '청신호'
[한국 원전 UAE 수출] 쏘나타 200만대ㆍ유조선 360척 수출과 맞먹어

원자력 발전은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열로 증기를 만들어 그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한국형 원전인 'APR(Advanced Power Reactor)-1400'은 다른 나라 원전보다 발전 단가가 낮고 이용률이 높은 게 특징이다. 2002년 개발한 140만㎾급으로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신고리 3,4호기와 신울진 1,2호기가 이 모델이다. 정부와 한전은 2012년까지 1800억원을 투입,차세대 '토종 신형 원전(APR+)'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총 400억달러(약 47조원)에 이르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 플랜트를 수주함에 따라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원자력발전소를 해외에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 원전을 수출해본 5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원전 강국 대열'에 들어선 것이다.

이번 수주는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30년간 20기의 원전을 건설하며 축적해온 한국의 기술력과 정부의 외교 · 협상력이 일궈낸 건국 이래 최대의 쾌거다.

◆막대한 경제적 효과

UAE 원전 수주로 한국 기업들이 얻는 경제적 효과는 '건국 이래 최대'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원전 4기에 대한 공사비만 해도 20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NF 쏘나타(대당 2만달러) 100만대,30만t급 초대형 유조선(대당 1억1000만달러) 180척을 수출하는 효과와 같다. '나는 호텔'로 불리는 에어버스의 초대형 여객기 A380(대당 3억2000만달러)으로 치면 62대의 가격과 맞먹는다.

UAE는 원전 건설 사업자로 선정한 곳에 60년간 운영,연료 공급,폐기물 처리 등에 필요한 2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사업도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후속 수출까지 더하면 전체적인 수출 효과는 400억달러에 달한다. 이 밖에도 4기를 짓는 10년간의 사업 기간 중 국내에서만 연평균 1만1000명씩 연인원 11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2차관은 "계량적인 효과 외에 선진 기술력을 갖춘 원전 강국으로 국가 이미지가 높아지고,추가 수출 가능성까지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번 수주의 효과는 400억달러를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한국이 UAE에 짓는 4기의 원전은 기당 140만㎾급인 'APR-1400'이다. 이는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2300억원을 투입,지난 2002년 개발을 완료한 모델이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APR-1400은 국내 8개 원전에 적용한 한국표준형 원전(OPR-1000)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한국에서 이미 공사를 진행할 정도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UAE의 국내 실사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사전 자격심사에서 탈락한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뒤늦게 한전 컨소시엄에 참여한 배경도 한국형 원전의 축적된 기술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200조원의 거대한 시장

이번 수주는 원전 선진국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얻어낸 성과인 만큼 향후 한국형 원전의 추가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각국이 오는 2030년까지 발주할 원전을 430기,1200조원어치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과 중동의 다른 국가들도 잇달아 발주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와 업계는 첫 수출만 이뤄진다면 봇물처럼 수주 소식이 이어질 것으로 공언해온 만큼 이번 수주가 황금시장으로 들어가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터키 요르단 등 신규 원전시장을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터키는 아큐유 지역의 원전 외에 시놉 지역에 제2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요르단도 아카바 인근 지역에 100만㎾급 원전 1기 건설을 목표로 후보 기종에 대한 기술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과 인도 시장은 현지 사업자,해외 원전기업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틈새'를 뚫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신에너지산업발전계획'을 통해 지난해 9기가와트(GW)인 원전설비를 2020년까지 86GW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작년 기준 4GW인 원전설비를 2032년까지 63GW로 확대하기로 한 인도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나기용 지경부 원자력과장은 "원전 도입 계획을 갖고 있는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와 같은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인력 양성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중장기적으로 한국형 원전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원자력발전이란

원자로에서 우라늄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열로 증기를 만들어 그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연료만 다를 뿐 발전 원리는 석탄을 때서 물을 끓이고 여기서 나오는 증기의 힘으로 전기를 만드는 화력 발전과 같다. 우라늄 1g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이나 석탄 3t을 태울 때 나오는 에너지와 맞먹을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원이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지만 최근엔 기술 발전으로 위험성이 어느 정도 제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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