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도요타자동차가 부품업체에 납품가격을 30% 이상 내리도록 요구하는 등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요타는 앞으로 3년간 부품조달 비용을 30% 낮추기로 하고 최근 부품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22일 보도했다. 도요타가 부품업체에 가격 인하를 공식 요구하기는 2000년 이후 거의 10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자동차 등과의 경쟁을 겨냥,수요가 급속히 늘고 있는 신흥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도요타는 내년 3월까지 부품별로 생산비 삭감 목표를 정해 2012년부터 2013년에 걸쳐 판매하는 신차부터 가격을 억제할 계획이다. 또 모든 차종의 설계부터 비용구조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도요타는 지금까지 저가차와 고가차 구분 없이 고품질의 부품을 사용하는 생산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고급 차종과 신흥시장을 타깃으로 한 저가 차종으로 구분해 소형차 중심으로 생산비 인하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도요타가 이처럼 부품 가격 억제를 통한 저가 차종의 가격 인하에 나선 것은 엔고에 따른 위기감 때문이다. 엔고가 지속되면서 도요타는 신흥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고전하고 있다. 반면 현대차는 세계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어 도요타는 가격을 대폭 내리지 않고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0년에도 30% 정도 부품 가격을 내렸으나 당시엔 부품가격만 인하했을 뿐 차 판매 가격은 내리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가격인하 요구로 도요타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은 경영 압박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