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사진)은 현재 미국 증시에 거품이 끼지 않았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15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의 짐 버닝 상원의원에게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증시 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는 17일 표결을 통해 내년 1월 말 임기가 끝나는 버냉키 의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짓는다. 금융위에서 연임이 승인되면 다시 상원 본회의가 최종 표결을 실시한다.

버냉키 의장은 S&P500 지수의 현 주가수익비율(PER)이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진단했던 수준보다 상당히 높아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식시장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주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주가 변동성이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주가는 금융위기가 본격 발생했던 2008년 9월 이후의 손실분을 회복하고 있으며 2007년 고점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15일 현재 S&P500 지수는 1107.93으로 지난 3월 저점에 비해 63.7% 올랐으며 500개 종목의 평균 PER는 61.6배를 기록했다.

버냉키 의장은 자산가격에 거품이 끼지 않도록 예방할 것이며 거품이 발생할 조짐을 보이는 경우 "(당장 금리를 올리기보다) 종합적이고 공격적인 규제와 감독정책을 행사하는 게 더욱 효과적인 접근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경제가 회복돼 가면서 결국 기준금리를 올리는 정책이 적절해질 것이나 시장 참가자들이 FRB의 정책에 크게 놀라지 않도록 하고,자산가격에 큰 폭의 조정이 생기지 않도록 시장과 꾸준히 의사소통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장 가동률이 낮은 데다 실업률이 높아 인플레 기대심리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금 국제가격의 상승세를 모니터링하겠지만 인플레 압력을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답변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 밖에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및 민간부채 비율이 약 350%에 달하는 것과 관련,"정부의 채무규모가 금리 등 통화정책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시키지 않기 위해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연동(달러 페그제)하는 현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달러표시 자산에 계속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