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380명 '사실상 사상 최대'…女부사장도 등장
이재용 부사장이어 임우재.이서현 씨도 전무 승진

세계 경기침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린 삼성그룹이 이에 대한 '보상' 성격으로 16일 부사장급 이하의 대규모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규모에서 사실상 사상 최대이고, 처음으로 여성 부사장이 등장하고 외국인 임원 승진자도 3명이나 나왔다.

아울러 전날 발표된 이재용 현 삼성전자 전무의 부사장 승진과 함께 이건희 전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와 차녀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가 나란히 전무로 승진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 '성과 따른 보상'..사상 최대 임원 승진 = 삼성그룹이 이날 발표한 부사장급 이하 임원 승진 대상자는 모두 380명, 상무 직함을 달고 처음으로 삼성그룹의 임원이 된 사람만도 260명에 이른다.

차세대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후보군으로 실적경쟁을 벌이게 될 부사장 승진자가 32명, 전무 승진자도 88명에 이른다.

2007년과 2006년 인사에서 승진한 임원이 각각 472명, 452명에 비하면 외관상 적어 보이지만 지난해 직급 개편으로 상무보가 없어진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숫자다.

삼성 관계자는 "상무급 이상만 헤아려보면 사실상 사상 최대규모의 임원승진"이라고 설명했다.

◇ 女부사장 등장..외국인 해외영업 책임자도 임원으로 = 이번 임원 인사로 삼성그룹에 여성 부사장이 처음으로 등장하게 됐다.

이날 승진이 발표된 제일기획 최인아 전무가 주인공이다.

최 전무는 지난 2007년 초 인사에서도 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여성 전무가 됐던 삼성그룹 내 '여풍'의 주인공이다.

최 전무의 부사장을 포함해 승진한 여성 임원은 모두 6명이고, 이 가운데 삼성전자 조은정 부장과 정성미 부장,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삼성물산 남대희 부장이 처음으로 임원 반열에 올랐다.

해외 현지법인의 외국인 영업책임자들이 본사 정규임원으로 승진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 디지털TV 등 오디오.비디오(AV) 매출을 2년 만에 50%나 끌어올린 팀 백스터씨와 존 레비씨가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고 2005년 이후 프랑스 휴대전화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켜온 삼성전자 프랑스법인의 필립 바틀레 씨도 상무로 승진하며 그룹 임원대열에 합류했다.

삼성그룹 내에서 '그룹 노벨상'으로 여겨지는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상자들도 승진대상에 포함됐다.

전무로 승진하게 된 삼성전자 한명섭 상무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김성철 상무, 상무로 승진하게 된 삼성전자 안윤순 부장과 삼성전기 이정수 부장이 주인공들이다.

삼성 측은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인사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임우재. 이서현씨도 전무 올라 = 전날 발표된 이재용 전무의 부사장(최고운영책임자) 승진에 이어 이 전 회장의 맏사위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와 차녀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도 전무에 올랐다.

두 사람은 2005년 인사 때 상무로 처음 임원이 된 뒤 4년 만에 승진하게 됐다.

임 상무의 부인인 이 전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상무의 남편인 김재열 제일모직 전무는 상무가 된 지 각각 4년, 5년 만인 올해 1월 전무로 승진해 이번 인사에서는 빠졌다.

그러나 연초에 하던 삼성그룹의 인사가 연말로 당겨지면서 이 전 회장의 자녀와 사위 등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5명은 올해 전원이 한 단계씩 승진하게 돼 3세 경영체제에 좀 더 다가서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