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살 때 차종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도 구매 방식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자동차 대리점 직원이 권하는 할부금융사를 선택해 자동차를 구입한다.

그러나 대리점 직원이 권하는 할부 상품이 반드시 소비자에게 유리한 건 아니다. 대리점 직원은 대부분 계열 관계에 있는 할부금융사나 제휴 계약을 맺고 있는 금융사의 상품을 추천하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사면서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고 싶다면 어떤 수단을 통해 구매대금을 내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

◆카드할부가 저렴

신용카드로도 차를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월간 사용한도가 수백만원에 불과한 신용카드로는 한 대에 수천만원씩하는 자동차를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도 상향 절차만 거치면 신용카드로 차를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할부금융사의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때보다 차를 싸게 살 수도 있다.

가격이 2315만원인 현대자동차 쏘나타(Y20 프라임 고급형)를 삼성카드 36개월 할부로 구매하면 고객이 3년간 부담해야 하는 총 비용은 2650만원이다. 이에 비해 할부금융사의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총 비용이 2760만원으로 110만원가량 더 든다. 취급액 기준 상위 4개 할부금융사의 평균 할부금리(연 8.53%)와 취급수수료(4.96%),근저당 설정료(0.6%) 등을 토대로 계산한 금액이다.

차종에 따라서는 카드 할부로 사는 것이 최대 300만원 이상 이익이다. 이 같은 차이가 나는 것은 카드 할부를 이용할 때는 할부원금에 할부이자만 더해서 내면 되지만 할부금융사를 이용할 때는 할부이자 외에 취급수수료와 근저당 설정료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카드 결제 시의 비용 절감 효과는 현대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다른 카드사를 이용할 때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카드로 차 사면 캐시백

포인트 적립,선포인트 할인 등의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카드로 자동차를 구매할 때의 이점이다. 신한카드는 신차를 사면서 1000만원 이상 이용한 고객에게 결제금액의 1%를 캐시백해준다. 올해 안에 차를 구입하면 0.5%를 추가로 캐시백해 주는 '플러스 캐시백' 이벤트도 YF쏘나타 SM3 등 주요 인기 차종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하이세이브' 서비스를 이용하면 초기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하이세이브'는 차량 구입 시점에서 최대 150만원을 할인받은 뒤 이를 최장 60개월에 걸쳐 카드 사용에 따른 포인트로 갚는 것이다.

'현대카드M'회원은 현대 · 기아차 신차를 구입할 때 '세이브포인트' 제도를 통해 차종별로 20만~50만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받은 금액은 36개월 안에 적립되는 포인트로 갚으면 된다. '세이브포인트'를 이용한 회원은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결제금액의 2%가 포인트로 적립된다.

삼성카드 고객도 선포인트 할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르노삼성이나 GM대우 차량을 구입할 때 최대 50만원을 포인트로 결제한 뒤 최장 36개월간 적립되는 포인트로 갚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포인트 적립률이 결제금액의 2~5%로 높아져 포인트를 쌓기가 쉬워진다.

롯데카드 회원은 '오토세이브' 서비스를 통해 최대 150만원을 할인받고 이를 최장 50개월로 나눠 카드 포인트로 상환할 수 있다. '오토세이브'를 이용한 고객은 롯데 계열 가맹점에서는 결제금액의 1%를,SK 주유소에서는 ℓ당 50원을 포인트로 적립받는다.

◆할부금융사는 장기할부 가능

자동차를 살 때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여러가지 이점이 있지만 할부금융사의 상품도 장점을 갖고 있다. 할부금융사를 이용하면 최장 60개월 할부가 가능해 월 납입액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신용카드를 이용할 때는 36개월 이내로만 할부가 된다.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둔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할부 형태를 다양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할부금융사 자동차 할부의 장점이다. 현대캐피탈은 고객의 자금 사정에 따라 상환 조건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오토플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월 정액 할부'는 원리금 균등 상환 방식으로 매달 일정액을 갚는 것으로 고정적인 급여를 받는 직장인에게 적합하다. '수시상환 할부'는 소득이 일정치 않은 자영업자나 주부에게 제격이다. 자금이 부족할 때는 할부금을 조금씩 내다가 여유자금이 생겼을 때 큰 금액을 갚을 수 있다. '거치 후 할부'는 처음 1년간은 이자만 내다가 그 다음부터 원리금 균등 상환을 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자동차를 카드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카드로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한도 상향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개인의 신용도 등에 따라 한도 상향이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할부금융사를 이용해야 한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