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 상·하원 의원 12명이 한국 자동차 시장의 추가개방을 압박하며 정치쟁점화하고 나섰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무역소위원장인 샌더 레빈(미시간) 의원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산격인 미시간주 출신 상·하원 의원 등 11명의 서명을 받아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내 시장접근 확대 및 이를 위한 한·미 FTA 수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앞으로 보냈다.

서명에는 칼 레빈, 데비 스테이브나우 상원의원을 비롯해 존 딘젤, 프레드 업튼, 버논 엘러스, 데일 킬디, 데디어스 매커터, 게리 피터스 하원의원 등 미시간주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모두 참여했고, 베티 서튼(오하이오), 조지 밀러(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가세했다.

한·미 FTA의 미국 의회 내 처리에서 중요한 길목을 지키고 있는 찰스 랭글(뉴욕) 하원 세입위원장도 이 서한에 서명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한국은 그동안 비관세 장벽을 동원해서 외국산 자동차들을 시장에서 몰아냈고, 그 결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외국산 자동차 점유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 내 외산차 시장점유율은 2008년 5.3%에서 2009년 7월말 현재 4.5%로 감소했다"며 "이 같은 감소는 한국 정부가 노후 차를 신차로 교체할 때 세금감면혜택을 주었던 것과 시기적으로 일치하며, 이는 외국산 자동차가 한국시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차별적 대우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커크 USTR 대표에게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시장에 공정한 시장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한·미 FTA의 수정을 요구한 2007년 3월 '오토 코커스'(자동차 문제를 협의하는 의회 내 초당적 모임)의 제안을 검토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를 감안할 때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산 자동차 수출이 공정한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해야만 한다"면서 "그런 기회가 제공되기만 한다면,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이들(한국과 일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커크 USTR 대표는 지난 5일 한미재계회의 주최로 워싱턴 D.C.의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만찬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 시장은 한국의 자동차에 개방돼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로 기왕에 타결된 한·미 FTA에서 자동차 부문 관련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미국 측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