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지독한(bloody) 현대 · 기아차'에서 배워라."

미국 자동차업계 전문가로 퓰리처상을 받은 폴 잉그라시아 전 다우존스 회장(사진)은 14일 '왜 현대가 성공했나(Why Hyundai is a hit)'라는 제목의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현대차의 발전상을 상세히 소개했다.

잉그라시아는 위기의 GM과 크라이슬러가 현대차의 성장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도요타 혼다 닛산의 '일본 빅3'가 조만간 도요타 혼다 현대 · 기아차의 '아시아 빅3'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잉그라시아는 "현대 · 기아차가 품질 개선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며 "올 들어 미국 시장에서 GM과 포드의 자동차 판매가 각각 35%, 25% 급감하고 일본 브랜드들도 25~30% 줄어든 상황에서 현대 · 기아차는 오히려 0.8% 늘었다"며 현대차의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현대차의 첫 번째 성공 요인으로 부단한 품질 개선 노력을 꼽았다. 외부 경쟁자가 거의 없는 내수시장에서 성장한 현대차는 1986년 미국에 진출했다가 품질 문제로 철수한 아픔을 겪었다. 이후 절치부심한 현대차는 10여년 전 기아차를 인수한 뒤 도요타를 벤치마킹한 품질관리 부서를 만드는 등 제품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했다.

현대 ·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10년-10만 마일' 품질보증 프로그램으로 품질 신뢰도를 높였고,그 결과 2004년 'JD파워 신차품질지수(IQS)' 대중브랜드 부문에서 일본 혼다와 함께 2위에 올랐으며 2006년에는 1위를 차지해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았다고 소개했다.

올 1월에는 럭셔리카인 제네시스가 디트로이트 자동차 쇼에서 언론인들이 선정한 '올해의 차'로 뽑혔고,중형 세단인 쏘나타의 품질도 끊임없이 개선해 이 분야 강자인 도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에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잉그라시아는 설명했다.

또 금융위기로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든 마케팅도 현대차의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 · 기아차가 올 1월 시작한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은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1년 이내에 직장을 잃으면 차를 반품할 수 있게 했으며,이런 마케팅은 미국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잉그라시아는 이 프로그램으로 현대 · 기아차의 판매는 크게 늘었으나 실제로 반품된 차량은 50대 미만으로 나타나 적극적 마케팅이 적중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잉그라시아는 최근 중국과 인도의 자동차 회사들이 부상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물론 현대 · 기아차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