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판매 때도 130만원 초과 불허

다단계업체의 고가품 거래를 통한 사행행위가 어려워지고 소비자피해보상 범위는 확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9일 최근 국회에 제출한 방문판매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단계업체가 중개판매 방식으로 상품을 팔 때도 130만 원을 넘는 상품을 취급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다단계업체가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은 일반, 위탁, 중개판매로 구분된다.

현행법 아래에서는 일반, 위탁판매는 1개 상품 가격이 130만원 이상이 될 수 없도록 판매가격 상한규제가 적용되지만, 중개판매의 경우에는 수수료만 매출액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수수료가 130만 원이 넘지 않으면 수백만 원짜리 고가상품 판매도 가능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일부 다단계업체가 여행상품 등 고가의 상품을 중개판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며 "중개판매 때도 수수료가 아닌 실제 판매금액을 매출액으로 보게 되면 130만원이 넘는 고가상품을 취급할 수 없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개판매 매출액 산정 기준을 수수료가 아닌 실제 판매금액으로 변경하면 다단계업체가 판매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후원수당의 한도가 늘어나 거액수당을 미끼로 영업하는 다단계업체들이 성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단계업자가 판매원에게 지급할 수 있는 후원수당의 한도는 매출액의 35%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중개판매시 수수료가 아니라 실제 판매금액을 매출액으로 인정하면 후원수당 지급 가능액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A 다단계판매업체의 일반 및 위탁판매 매출액이 100억 원이고 총 중개판매 실적이 10억 원(수수료율 20%로 가정)이면 기존에는 위탁판매 매출액 100억원의 35%와 중개판매 수수료 2억원의 35%를 합한 금액인 35억7천만 원까지를 후원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후원수당 지급한도가 위탁판매 매출액(100억 원)과 중개판매 실적(10억 원)을 합한 110억 원의 35%인 38억 5천만 원으로 3억원 정도 늘어난다.

서울YMCA는 최근 성명서에서 이런 법개정은 후원수당 규제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작년 기준으로 62개 다단계업체의 전체 매출액 2조2천억 원에서 중개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수준에 불과해 업계 전체적으로는 후원수당 한도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공정위는 다단계로 상품을 판매할 때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중개판매의 경우 지금은 수수료만 보험대상이었지만 개정안에서는 상품가액 전체가 보험대상이 되기 때문에 소비자보호가 강화된다고 밝혔다.

또 중개판매시 공제조합에 예치하는 담보금액이나 공제수수료 부담도 5배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에 거액의 후원수당을 미끼로 하는 중개판매가 성행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소비자단체들도 위탁과 중개의 구분없이 상품가격 전체를 매출액으로 보도록 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효과가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방문판매업계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업체의 부담이 증가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법 개정을 통해 오히려 고가 상품 거래에 의한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대상 범위를 확대해 소비자 권리보호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다만 중개판매 후원수당 관련 국회 법안심사 및 공청회, 간담회 등 심의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바람직한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