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는 아주 뻔뻔할 정도의 확신(confidence)을 요구하는 게임이다. "

왜 월스트리트의 백전노장들이 금융 위기에 무력하게 휩쓸렸을까. 경영서 '티핑 포인트''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이번 금융 위기는 감독 소홀 등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과잉 확신(over-confidence)'이라는 심리학적 원인도 있다"고 미국 주간지 뉴요커 최신호에서 분석했다. 언제나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고 승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는 투자은행가들의 성향이 재앙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다는 얘기다.

글래드웰에 따르면 과잉 확신은 '오만(hubris)'과는 다르다. 과잉 확신은 개인적인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 집단 전체를 관통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글래드웰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무모한 상륙작전으로 10분의 1 규모인 터키군에게 패한 영국군의 갈리폴리 전투를 예로 들며 "어떤 어려움이 와도 자신들의 승리를 자신했던 영국군의 성향이 대패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자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게임에서 과도한 자신감이 승리를 가져다 준다"며 "승자는 어떻게 블러핑(허세 부리기)을 할지 아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포커나 브리지게임 같은 도박에서처럼 자신이 가진 패가 좋다고 꾸며 상대를 위축시키는 것이 월가 은행가들의 덕목이란 것이다. 글래드웰은 "블러핑을 하는 최선의 수단은 자신이 언제나 이긴다고 믿어 버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래드웰은 지금까지 성과가 좋았던 사람일수록,고위직에 있는 사람일수록 과잉 확신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글래드웰은 그러나 지난해 3월 파산한 투자은행 베어스턴스의 최고경영자(CEO) 제임스 케인의 예를 들어 과잉 확신은 결국 파멸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세일즈맨으로 시작해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원동력은 과잉 확신이었으며,무모하게 보이는 확신이 2003년 주가폭락 사태에 베어스턴스가 도리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그는 베어스턴스가 파산하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최종적인 승리를 장담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가는 확신에서 패닉으로 180도 바뀌었으며 베어스턴스는 파산 처리돼 결국 JP모건에 넘어가는 운명을 맞았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