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저와 동생간,금호가족과 형제간의 우애에 대해 여러분이 많은 격려를 해줬지만 부끄러운 형제관계가 됐다는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룹을 살리기 위한 결단이지만 이런 유감스런 사태는 저에게도 책임이 있어 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며 동반 퇴진 배경을 설명한 뒤 "2006년 금호 60주년을 맞아 아름다운 기업,500년 영속기업을 약속했었는데 그 약속에 누를 끼쳐 유감스럽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새로운 그룹 회장이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찬구 회장이 해임 결정을 직접 받아들였나. 법적 대응 얘기가 있는데.

"제가 해임한 게 아니고 금호석유화학 이사회에서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직을 해임한 것이다. (박찬구 회장) 반응은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이사회 결의니까 결의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법적 대응은 법적 하자가 있을 때 누구나 한다. 그렇지만 법적 하자는 하나도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저는 법과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

▼박찬구 회장을 해임한 이유는.

"그룹을 살리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다.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지주회사 역할이 필요하다. 또 경영은 일사불란하게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회장 본인의 이해관계를 갖고 경영에 반하는 행위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야기됐다. 일일이 얘기할 수 없지만 막대한 지장이 있었다. 그룹 유동성 문제에 대한 많은 루머가 만들어지게 됐고 그룹 장래를 우려하는 시각도 많았다. 증권시장에서 그룹의 분란이 신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 점을 잘 알 것이다. 이번 결정을 통해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체제가 되면 그룹의 신용도도 다시 올라갈 것이다.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이행이나 경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

▼박찬구 회장은 원래 형제경영 전통에서 벗어나 있었나.

"형제경영은 아무나 하는 원칙은 아니다. 자격이 있다,없다를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선대 회장들과 그런 합의가 있었다는 것만 말하겠다. "

▼명예회장은 어떤 역할을 맡나.

"내가 물러나면 박찬법 회장이 그룹 경영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이다. 나는 대주주로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 이행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재무구조 약정에 대해서만 역할을 할 것이다. "

▼금호석유화학 중심의 지주회사체제는 변화가 없나. 추가로 지분을 매입할 계획은.

"원래 금호석유화학이 지주회사격이다. 금호석유화학 밑에 있던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다 보니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게 됐던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사실상 지주회사지만 법적(공정거래법)으로는 금호산업이 지주사가 된 것이다. 대우건설을 재매각하게 되면 금호산업은 지주회사 요건에서 제외된다. 그래서 금호석유화학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그점을 이해해 달라."

▼전문경영인 체제는 언제까지 계속되나.

"선대 회장,두 분 형님(고 박성용 2대 회장,고 박정구 3대 회장)과 후임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저의 유고 때 어떻게 할지 합의가 있다. 유고 때는 내부 전문경영인이나 외부의 덕망있는 인사 중 그룹 회장을 뽑아 이끌어가기로 했다. 그 유지를 받들어 박찬법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했다. (퇴임 시기와 관련한) 65세룰은 사실이고,저는 내년 말이다. 형제간의 룰이다. 외부인사가 할 때는 상관없다. 내년 말에 후임을 어떻게 할지 고심했다. 그 결과 선대 회장들과의 합의대로 그룹 내 전문경영인 또는 외부의 덕망있는 인사를 선임한다는 정신에 따랐다. 박찬법 회장 체제는 오래갈 것이고,잘할 것이다. "

▼전문경영인에게 지분을 양도할 생각은.

"지분이 있어야만 경영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분이 없어도 대주주가 밀어준다면 전문경영인이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박찬법 부회장은 40여년간 그룹에 몸 담아 왔기 때문에 그룹 철학과 내부 사정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나보다 잘하는 그룹 회장이 될 것이다. "

김수언/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