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평가한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 수준을 보면 한마디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의 '과학기술 · 연구개발의 국제비교'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우리 수준은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에 비교가 안될 정도로 뒤떨어져 있고, 일부 분야에서는 중국에 추월당했거나 거의 따라잡힌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 보고서는 전자정보통신(IT) 나노기술(NT) 생명공학(BT) 환경기술(GT) 등 6개 분야 274개 기술을 연구수준 기술개발수준 산업기술력 측면에서 각각 4등급(A~D)으로 평가했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A등급을 받은 기술은 43개로 일본의 361개에 비해 9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유럽(397개) 미국(546개)에는 더 뒤처진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가 강하다고 자부하는 IT만 해도 선진국과의 격차는 컸다. 기술개발수준만 볼 때 IT분야 59개 기술중 우리나라가 A등급을 받은 기술은 디지털 집적회로, 광메모리, 디스플레이 등 8개 분야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은 53개, 일본은 29개, 유럽은 26개 기술에서 A등급을 받았다. IT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 뿐이 아니다. 임상의학에서 A등급을 받은 기술은 하나도 없었고, BT는 연구수준에서 1개 기술, 첨단제어계측은 기술개발수준에서 1개 기술에 그쳤다. 녹색성장과 관련한 GT에서도 연구수준에서 1개 기술, 산업기술력에서 3개 기술만이 A등급을 받았을 뿐이다. 첨단 과학기술의 육성을 외쳤지만 아직도 선진국에 한참 못미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더욱 심각하게 볼 것은 중국의 약진(躍進)이다. 중국은 A등급을 받은 기술이 13개로 아직 우리에 뒤지고 있지만 IT BT NT 등 일부 분야에서는 우리를 따라잡았거나 이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해외 연구인력 유치와 대규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어 앞으로 이런 분야는 더욱 늘어날 게 분명하다. 정말 분발하지 않으면 안될 때다. 첨단 과학기술 입국을 목표로 정부 산업계 대학 연구소가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