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행장 김동수 · 사진)이 임원 수를 6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현행 5단계인 직원 직급체계도 3단계로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또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은 16일 "김동수 행장이 경영구조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17일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경영체제를 대폭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경영 혁신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 다른 금융공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전무(1명)와 상임이사(5명)로 돼 있는 임원진을 내년 1월부터 제1,2 수석 부행장체제로 바꾸고 은행 내 임원 수를 6명에서 2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기존 이사대우 직급은 폐지하는 대신 7개 집행간부직을 신설,이들이 본부장을 맡도록 했다.

이번 경영진 개편으로 임기가 각각 내년 10월 말인 김정준 전무와 권두환 상임이사가 17일자로 중도 퇴직하게 된다. 내년 11월이 임기인 이평구 상임이사는 임원에서 사직한 뒤 집행간부를 맡는다.

김진경 · 박동수 상임이사는 임원직을 유지하면서 집행간부를 겸임하게 된다. 최정하 상임이사는 올해 12월 말까지 전무대행을 맡을 예정이다. 2명의 이사대우 가운데 권영국 이사대우는 17일자로 퇴임하고 정완길 이사대우는 집행간부로 물러난다.

수출입은행은 이와 함께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사외이사 제도를 시행키로 하고 내년 1월 2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행장 전무 상임이사 등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 멤버는 행장 수석부행장 사외이사 등 5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김 행장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다른 금융 공기업에는 사외이사 제도가 있지만 수출입은행은 사외이사가 없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조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은행 경영에 외부 인사의 시각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행장은 경영진 개편과 함께 이달 말까지 사원 · 대리→과 · 차장→부부장→팀장→부장으로 이뤄진 일반 직원 직급체계도 3단계로 축소해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출 방침이다.

이 같은 조직개편은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수출입은행이 적극 앞장서야 한다는 김 행장의 강한 의지에 따른 것이라고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설명했다. 김 행장은 지난달 임원 부서장 팀장 등 간부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영전략 토론회'에서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다 경제위기 극복에 힘써왔던 우리의 노력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간부들에게 추가적인 고통 분담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김 행장이 취임하자마자 행장 및 임원의 연봉을 39~54% 삭감하고 부서장(1~2급)들에게 자발적으로 급여의 5%를 반납하게 하는 한편 직원들도 3년 연속 임금을 동결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위해 솔선수범해왔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이번에 경영진을 대폭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행장은 앞으로 노조와 협의를 통해 직급별로 3~4일간 주어지는 유급 휴가제도와 무주택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임차사택을 폐지하는 등 기존에 운영 중인 각종 복리혜택 축소를 추진할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