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타결된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내 통상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상품과 서비스 교역 확대라는 FTA의 직접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한 · 미 FTA 비준 촉진 △대일 부품소재 의존 완화 △투자 유치 활성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다만 "FTA는 국가 간 무역장벽이 사라지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인 만큼 어느쪽이 그 결실을 많이 가져갈지는 결국 경제 주체들의 준비 정도에 달려 있다"며 "정부와 기업은 협상 결과를 토대로 세밀한 현지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지 기업들의 신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에 나서 높아진 가격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오혁종 KOTRA 구미팀장은 "FTA가 발효되면 유럽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산 부품 수입을 늘릴 것"이라며 "연구 · 개발(R&D) 단계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폭스바겐 오펠 등은 부품의 아웃소싱 비율을 60%에서 70%대로 확대하는 추세여서 우리 기업들의 진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 EU FTA를 일본 부품소재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수많은 '강소기업'을 보유한 독일 이탈리아 등 EU 국가들이 한국시장에서 일본과 정밀기계 화학 부품소재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상황을 역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성한경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EU와의 FTA는 부품소재 등의 분야에서 일본을 대체하는 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일본이 한국시장을 지키려고 부품소재전용공단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U에서 강화되는 환경기준 기술표준 등과 같은 비관세장벽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종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단계적으로 관세는 철폐되겠지만 EU는 역내 환경기준과 같은 비관세장벽을 지속적으로 유지,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자동차 의약품 화장품 등과 관련된 비관세장벽에 대한 제도 변화를 주목해야 FTA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화 국제무역연구원 통상협력실장도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EU의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의 폭이 떨어진다"며 "세계 최대 시장인 EU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