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11년간 보유하면서 거주하던 나기회씨는 최근에 용인 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하려 한다. 아버지가 살고 있는 시가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처분하고 용인으로 이사한다는 말을 전해들은 아들 나우연씨는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를 시가보다 낮은 7억원에 아버지에게 대금을 실제로 지급하고 사려고 한다. 이처럼 아버지와 아들 간에 시가보다 싸게 아파트를 사고 파는 경우 싸게 파는 아버지 또는 싸게 사는 아들에게 세금 문제가 없는지 궁금하다.

현행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특수관계자 간 또는 특수관계가 없는 타인 간 재산을 시가보다 낮게 또는 높게 사고 파는 경우에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시가보다 싸게 파는 경우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아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반대로 아버지가 아들에게 재산을 시가보다 높게 파는 경우 아들이 아버지에게 재산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아버지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 증여 계약이 아닌 양도 계약으로 재산에 대한 소유권을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이전하는 경우 그 차액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처럼 특수관계자라 하더라도 증여세를 무조건 과세하는 것은 아니다. 다음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증여세를 부과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파트를 시가보다 싸게 파는 경우 아파트의 시가와 아들이 아버지에게 지불한 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이상이거나 차액이 3억원 이상인 경우에 한해 증여재산가액[시가-대가-(시가의 30% 또는 3억원 중 적은 금액)]이 증여된 것으로 평가해 아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한다. 아파트 시가와 아들이 아버지에게 지불한 대가의 차액이 시가의 30% 미만이거나 차액이 3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시가보다 싸게 파는 경우 소득세법에서는 '부당행위계산부인'이라는 규정을 적용,특수관계자 간에 세금을 부당하게 적게 낼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엔 아파트를 아들에게 시가보다 낮게 판 아버지에게 시가와 아버지가 받은 대가의 차액에 대해 추가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

위의 사례에서 아들이 아버지에게 시가 9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7억원의 대가를 지불하고 매수한 경우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시가보다 2억원 더 싸게 매수한 셈이다. 증여세 과세 요건을 살펴보면 시가 9억에서 대가 7억원을 차감한 차액 2억원이 시가 9억원의 30%인 2억7000만원 또는 3억원에 미달한다. 때문에 비록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시가보다 2억원 낮게 아파트를 매수했지만 아들에게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아버지가 아들에게 아파트를 시가 9억원보다 낮은 7억원에 양도했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산출시 아버지의 양도가액을 7억원이 아닌 9억원으로 해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아버지가 1세대 1주택인 비과세 요건을 충족한 경우 양도가액 9억원까지는 양도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 등의 특수관계자 간에 재산을 시가보다 낮게 팔고 사는 경우 재산을 취득하는 자가 재산의 매입 대금을 지불할 수 있을 정도의 재산과 수익 소득 등이 있어야 하며,그 대가 지급 사실이 확인될 수 있는 객관적인 서류 및 증빙을 갖추어야 한다. 또 부동산 등의 취득자금에 대한 출처를 반드시 사전에 준비해 증여세가 추징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현회계법인 이용연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