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사백자전(8일까지)을 갖고 있는 도예 명장 임항택씨(63)는 3일 "조선시대 도자문화에 배인 백색 호상(豪爽)정신은 개인의 취향이 아닌 우리 민족의 호탕하면서 청렴한 집단 개성"이라고 말했다.

2004년 노동부로부터 '명장'으로 선정된 임씨는 1977년 이천에 항산도예연구소를 열고 전통 문헌을 뒤적이며 무기안료인 진사를 연구해왔다.

실제 진사백자는 12세기 조선시대 왕가를 중심으로 선보였던 전통 도자기.1883년 관요(官窯)가 폐지되면서 맥이 끊겼다가 1950년대 중반에야 작업이 재개됐다.

"1970년대 중반 운보와 이당 선생이 '조선백자전'을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진사백자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학교에 사직서를 내고 곧바로 도자기로 유명한 경기 이천시 신둔면 수광리에 터를 잡았고요. "

임씨는 매끈한 도자기 특유의 세련미를 우려낸다. 전통 도자기의 비례,균형,색 등 장식적인 특징에 중점을 두면서 질펀한 미감의 진사백자를 만들고 있다.

"초기에는 흙의 물성을 깨우려고 표면에 풍속화를 많이 그렸으나 최근에는 화조도로 바꿨어요. 특히 새우 문양은 제가 좋아하지만 실선이 많아 색채가 바랠 확률이 높더군요. "

그의 작품은 국내외 시장에서 점당 최고 1억원을 호가한다. 서울에서 13년 만에 갖는 이번 전시에서는 30여년간 작업한 작품 160여점을 만날 수 있다. 1년에 대여섯 점밖에 안나오는 특대형뿐만아니라 황금진사백자도 처음 모습을 드러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