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조정해 주목된다.

최근 경제 주변여건이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태지만 2분기에 예상보다 나은 회복세를 보이는 등 경제흐름이 좋아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겼다는 징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재정조기집행과 감세, 규제완화 등 적극적인 노력 덕분으로 민간의 자생적 회복과는 아직 거리가 있기 때문에 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낙관 이르지만 예상보다 호전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예상치인 -2%에 비해 0.5% 포인트 높여잡아 -1.5%로 발표했다.

2분기 들어 경제 관련 지표들이 날로 좋아지면서 정부가 올해 성장률에 기대치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이는 정부 내부의 기류일 뿐 공식발표에서까지 전망을 수정할 것이라고 확신을 갖고 기대하지는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반기로 갈수록 정부가 준비한 대책의 강도가 약해지고 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세 등으로 세계경제의 회복속도가 늦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굳이 전망치를 높여 정부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다.

그러나 재정부는 최근의 경제현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 소폭이나마 전망치를 올려놓았다.

올해 전망치는 OECD가 전날 발표한 -2.2%, IMF가 내놓은 -4.0% 등보다도 훨씬 나은 수치다.

내년의 경우 당초 전망치인 4%를 유지했다.

이 역시 OECD의 3.5%나 IMF의 1.5%보다 높다.

IMF가 다음 달 세계전망을 수정하면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 포인트 가량 높이겠다고 예고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의 전망치보다는 낮다.

성장률 외에도 신규일자리 예상(-20만명→-10만~15만명)이나 경상수지 흑자 폭(160억 달러→250억 달러) 등도 모두 지난 4월에 내놓은 올해 전망치에 비해 대폭 개선됐다.

정부는 2분기에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호조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의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에 따른 소비확대 등이 효과를 보면서 성장흐름이 예상보다 많이 나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대외여건 변화에 따라 우리 성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심리개선 등이 소비와 투자증가로 이어지거나 세계경제가 조기에 회복되는 경우 우리 경제도 빨리 회복되겠지만 예상치 못한 대외충격이 발생할 경우 경기회복은 지연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 회복조짐..곳곳 불확실성이 변수
정부는 경기하락세가 둔화돼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회복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자신하긴 어렵다고 판단,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내외적으로 작년말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각종 지표를 볼 때 여전히 회복의 청신호와 적신호가 혼재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급속한 경기위축이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희소식이다.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1%의 GDP 성장률을 보인데 이어 2분기에는 1.7%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또 건설투자, 광공업생산, 서비스업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세로 전환되고 재고조정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도 회복 흐름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수출입이 모두 감소세를 보였지만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소비자물가도 2월 4.1%에서 5월 2.7%로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금융시장 역시 주가가 빠르게 회복되고 금리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는가 하면, 지난 3월 한때 달러당 1,597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4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작년 9월말 4천255억 달러로 정점이었던 외채도 올 3월말 3천693억 달러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경기회복의 흐름은 상당 부분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 영향을 받은 것으로서 민간 부문의 회복력은 여전히 약하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민간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나지 않는데다 설비투자는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전년 동월비 취업자 감소폭이 확대되는 등 고용부진이 지속될 우려도 적지 않다.

또 실질가계소득과 임금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하고 주택가격 역시 불안한 조짐을 보여 면밀한 관찰대상에 올랐다.

대외여건의 경우 각국의 경기부양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경기침체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올해 하반기까지는 경기침체가 계속되겠지만 더이상 악화되지는 않으면서 내년 이후 회복세 전환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회복이 약하고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국제금융시장 불안 재연 가능성 등 세계경제 회복의 하방 위험요인이 많다는 점이 우려된다.

또 경기회복 기대감과 달러 약세, 국제유동성 증가 등에 따라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불안 조짐이 있고, 각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결과로 재정수지가 악화돼 해로운 충격 발생시 정책대응의 한계가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회복세 견인
정부는 당분간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해 경기 회복에 점차 속도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올 상반기의 지표개선은 정부의 유동성 공급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과 확장적 재정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 회복의 흐름이 시작됐지만 바닥을 쳤는지 여부 등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이같은 상황에서는 재정 정책을 현재의 확장 수준으로 가져간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며 출구전략은 하반기에 경기가 급격히 회복된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정부가 올 하반기 추구하는 위기 극복 전략은 거시 정책 기조 유지를 통해 경기 회복 기반을 강화하고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의 소득여건을 개선해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있다.

아울러 구조조정에도 속도를 내 채권단 중심의 상시 기업구조조정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활성화와 기업환경 개선, 녹색산업 및 교육.의료 서비스산업의 육성을 통해 위기 이후 재도약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이 같은 복안은 미국 등 주요국이 하반기에도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 회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기 회복의 파란 신호등이 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출구전략'을 꺼낼 경우 1980년 일본처럼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상반기에 대규모 재정 조기 집행을 실시해 하반기 투입할 실탄이 부족한 상황이라 정부의 부양책이 실물 부문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경기가 다시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하반기에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 등 투기성 자산에 몰리지 않고 기업에 흘러들어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상반기 구조조정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없었던 만큼 채권단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금융권 부실채권을 조기 정리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류지복 심재훈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