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미 정상회담이 오는 16일 워싱턴DC에서 열린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안점은 안보 문제가 될 듯하다. 하지만 안보만을 위한 회담이 되어선 곤란하다. 정부는 한 · 미 FTA 비준을 핵심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비준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런던에서 있었던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회동 이후 두 가지 예기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미국의 3대 자동차 업체 중 2개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4월30일 크라이슬러에 이어 6월1일 GM도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를 통해 두 회사의 경영진은 입지를 잃었다. 크라이슬러의 지분 중 35%는 피아트로,GM의 지분 중 72.5%는 정부로 가게 됐다.

오바마 행정부가 노조에 대해 갖는 발언권도 대폭 강화됐다. 크라이슬러 노조는 새로 출발하는 회사의 지분 중 55%를 소유하게 됐다. GM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뉴GM'의 지분을 17.5% 보유하게 된다. 2015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고 회사 회생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는 조건으로 정부가 노조에 큰 선물을 안긴 것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와의 자동차 부문 재협상을 줄기차게 요구하던 미국 자동차 업계의 노사 모두 발언권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대신 비준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혀온 행정부의 발언권은 커지게 됐다.

둘째,북한이 군사 도발을 하고 있다. 5월 말 북한은 느닷없이 2차 핵실험을 했다. 6발의 미사일도 발사했다. 이후에도 도발 징후는 계속 포착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의 도발은 경제난에 빠진 우리 경제에 큰 우환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FTA 비준을 위해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북의 도발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큰 골칫거리다.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을 깨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제 핵무기가 중동 지역에 흘러 들어갈 경우에는 전 세계적인 안보 위기가 벌어질 수 있다. 한 · 미 간의 긴밀한 공조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그렇기에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도 한 · 미 FTA를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논리가 주효할 수 있다. 이미 신안보센터 등 미국 내 주요 싱크탱크들은 FTA를 한 · 미 동맹 강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다.

물론 우리가 요구만 하면 미국이 FTA 비준에 나설 것이라는 맹목적인 낙관론은 위험하다. 비준에는 까다로운 장애물들이 놓여 있다. 우선 미국 시장에서 국산차의 판매 호조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현대와 기아차의 판매 대수는 올 들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1% 상승하며 전체 한국 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7.5%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우리 시장에서 미국 차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미국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

동시에 비준에 전권을 쥔 의회가 연방 대법원 판사 인준에 몰입해 있는 것도 문제다. 오바마는 히스패닉계인 소냐 소토마이어를 판사 후보로 지명했고 현재 상원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인준은 미국 내 최대의 소수인종인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의원들의 관심은 FTA로부터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어려움을 이유로 FTA의 조속한 비준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한 · 미 FTA는 세계 불황의 터널을 뚫고 있는 우리 경제에 보약이 될 것이다. 대미 수출을 늘리는 등 가시적인 경제적 혜택은 물론이고 한 · EU FTA 등 다른 국가 및 경제권과의 FTA 협정에 가속도를 내줄 것이다.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 자신감도 불어넣어 줄 것이다. 관련부처 공무원들의 심기일전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찬 소식을 전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