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우병 발생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할 때 반드시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향후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수입할 때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한다는 게 핵심이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사진)은 2일 기자들과 만나 "가축전염병예방법은 별다른 실익은 없으면서 국제적으로는 교역 장벽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제도"라며 "의원입법을 통해 법을 개정해줄 것을 최근 국회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가 격화되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광우병(BSE · 소해면상뇌증) 발생국에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할 때 국회 심의를 받아야 하며,광우병이 발생한 날부터 5년이 넘지 않은 나라의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금지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교역 상대국으로부터 무역규제로 지적을 받을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캐나다가 지난 4월10일 한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도 이 법을 통해 자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관련,정부는 캐나다와 쇠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양자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따라서 캐나다와의 쇠고기 분쟁은 오는 9일 이후 WTO의 국제교역 재판부라 할 수 있는 분쟁해소패널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그대로 둘 경우 분쟁해소패널에서 우리가 이길 가능성은 0%"라며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도 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장관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얼마 전 총회에서 30개월령 이상의 뼈 없는 모든 쇠고기도 제한 없이 교역하게 하는 내용으로 규약을 개정했다"며 "캐나다가 가축전염병예방법이 잘못됐다고 제소한 상황에서 OIE의 이번 규약 개정은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오는 9월 임시국회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방침대로 법 개정이 이뤄지면 앞으로 캐나다 등 광우병 발생국에서 쇠고기를 수입할 때 '국회 동의'라는 제동 장치를 거치지 않고 교역상대국과의 양자 협상을 통해 쇠고기를 수입할 수 있게 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을 현재 '30개월령 미만'에서 '30개월령 이상의 모든 쇠고기'로 확대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법 개정과는 별개로 지난해 양국 간 협상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가 회복되기 전까지 수입하지 않기로 했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캐나다와의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 제한을 풀어야 할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캐나다와의 분쟁에서 패소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게 되면 미국에 대해서도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장 장관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월령 제한도) 언젠가는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