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완화.유동성 따른 가격회복 때문
"소비증가 기대되지만 시장 아직 불투명"


올해 들어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과 주식형펀드,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100조원 정도 불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화되고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주식과 부동산 등의 가격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자산가격이 급등하자 소비가 증가하는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까지 기대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도 커지고 있으나 자산가격 급등의 진원지인 주식시장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해 향후 추가 가격상승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31일 증권ㆍ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초부터 지난 29일까지 주식ㆍ펀드ㆍ부동산(서울 아파트) 등 개인자산의 시가총액 또는 평가액의 증감을 조사한 결과 모두 97조9천41억원 정도가 불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 개인보유 주식가격 55조 불어나

주식시장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모두 합쳐 작년 말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623조1천130억원이었으나 지난 29일 현재 805조5천360억원으로 182조4천230억원이 증가했다.

작년 말 현재 개인투자자의 비중 30.3%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개인 보유주식에서만 55조2천742억원이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외국인 보유분의 시가총액은 49조8천15억원이 증가했으며 기관은 21조3천435억원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증시 관계자는 "금융위기 다소 완화되고 시중의 유동성이 급증한데 힘입어 주식시장이 급등세를 연출하면서 개인도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며 "투자자 개개인의 자산가격 상승분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는 없지만 시가총액 추이로 주식자산 증가분을 대강이나마 추산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식형펀드도 올해엔 `OK'…21조 증가

그동안 수익률이 `반 토막'이 나면서 지난해만 60조원을 훨씬 웃도는 평가손이 발생해 투자자들의 애를 태웠던 주식형펀드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제로인이 순자산총액과 환매규모, 자금 유출입 등을 감안해 분석한 결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13조542억원, 해외주식형펀드에서 8조165억원 등 모두 21조707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한해 63조3천억원 정도의 평가손이 발생했다.

제로인의 이수진 펀드애널리스트는 "많은 펀드투자자가 2007년 고점에 투자했기 때문에 고점 대비 수익률로만 놓고 보면 아직도 원금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가익이 계산된 펀드는 모두 공모형으로 주로 개인들이 투자한 자금"이라며 "하지만 주식시장에 투자될 때는 기관으로 집계돼 개인의 직접투자분과는 중복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서울 아파트서만 자산 21조 늘어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부동산114의 조사결과, 연초 서울지역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653조1천423억원이었으나 지난 29일 현재 674조7천15억원으로 21조5천592억원이 늘었다.

이른바 버블세븐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목동.분당.용인.평촌)의 아파트 시가총액은 394조5천210억원에서 411조4천484억원으로 16조9천274억원이 증가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현재 강남권은 고점 대비 90%, 서울 다른 지역은 80% 정도 회복한 상태이지만 뚜렷한 경기 회복 징후가 나타나기 전까지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 "자산 불어난 건 사실이지만 아직 불안해"

이처럼 자산가격이 불어난 직접적인 요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회복세를 꼽았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그러나 "자산가격 상승으로 향후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하지만 각종 불확실성이 존재해 주식시장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상승할지는 지켜봐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도 경제생활에 대한 소비심리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소비심리지수(CSI)가 전월보다 7포인트 상승해 105를 기록했으며 이는 1년만에 기준치인 100을 넘어섰다.

CSI지수는 100 이상이면 앞으로 경기 상황 등이 좋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것으로 그만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국민소득과 고용 등의 감소세가 둔화하고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권혜진 기자 nadoo1@yna.co.kr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