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현 금융시장 상황에서 직접적인 유동성 지원 조치를 취할 필요성은 적어졌다"며 "시중의 단기 유동성 증가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나 아직 과잉 유동성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문답.

--추가 유동성 공급 필요성은

▲ 작년 10월 이후 정책 시행에서 금리 인하 외에 특정 부분을 대상으로 유동성을 직접 공급하는 조치를 몇 가지 취했다.

그러나 지금 금융시장 상황으로 봐서 그런 직접적 조치를 추가로 할 필요성은 많이 적어졌다.

앞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행동을 취할 수 있으나 지금 상황은 몇 달 전 상황에 비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할 필요성은 많이 줄어들었다.

약속한 것 중 일부 남은 게 있다.

채권안정펀드, 자본확충 펀드 등은 앞으로 금융상황에 달려있다.

기본적으로 민간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민간이 해결하고 정책당국의 도움이 필요할 때 고려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유동성 과잉 문제는

▲지금 유동성을 판단하는 여러 지표들을 갖고 있으나 총통화(M2) 등의 큰 지표로 봐서는 유동성 증가 속도가 최근에 떨어져왔으나 좁은 유동성 지표인 협의통화(M1)를 보면 증가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따라서 유동성이 얼마나 많으냐, 증가속도가 얼마나 빠르냐 등도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광의지표로는 유동성 증가세가 둔화된 것이고 유동성이 많이 흐른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아주 좁은 의미의 M1 기준으로는 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단기 유동성의 증가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것은 우리도 충분히 인식하고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조금 더 큰 유동성과 서로 왔다갔다하는 것은 당국이 조절하는 것이 아니고 돈을 가진 사람들이 조절하는 것이다.

금리가 급격히 변화하고 경제 환경이 급변하면 이런 현상이 수시로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상황에서 유동성이 너무 많다고 판단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단기 유동성 증가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금융이나 실물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관심있게 지켜볼 필요는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환율과 수출의 관계는

▲ 환율 변동이 수출에 미치는 효과가 80-90년대처럼 크지 않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물론 환율 변동이 수출에 꽤 효과가 있다.

작년 1~2월까지 1천 원을 밑돌던 환율이 1,400~1,500원까지 갔다가 최근 1,300원까지 떨어져 수출, 수입 등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은 꽤 된다고 본다.

다만 환율이라는 것은 가격 변수여서 경제 각 분야의 현상을 반영하는 만큼 수출입이라는 입장에서만 환율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물가 등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환율 변동의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서 1,300원으로 떨어진 효과를 평가할 때 너무 수출입에서만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예전에 침체가 깊고 길다고 말했는데 오늘은 하강세가 완만해졌다고 말했다. 시각이 바뀌었나.

▲`깊고 길다'는 것은 올해 경제전망 자체가 성장이 아니라 경제위축,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고 있고 내년에도 강력한 성장을 전망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2010년 경제규모도 2008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침체가 깊고 길다.

말하자면 1~2년이 지나고 경제규모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최근 하강세가 완만해졌다는 것은 작년 12월이나 올해 1월에 예상한 비관적인 시나리오처럼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지금이 조금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올해 하반기 이후에 경제상황이 상당히 좋아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나 아주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것 아니냐는 느낌을 갖고 있다.

-- 경제가 변곡점을 지났나.

▲ 경기가 작년 12월 이후 급속히 위축했는데, 최소한 위축 속도는 완만해졌다. 아직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아니지만 마이너스 정도가 완만해지면 그것도 변곡점이다. 연율로 10% 감소하다 3% 감소하면 그 자체로 달라지는 것이다.

작년 4분기에 연율로 20% 가까운 위축 속도를 보였는데 올해 1분기에는 전기 대비 0.1%로 `마이너스'는 안 나왔다. 각종 지표를 봐도 연초의 걱정했던 것처럼 경제가 계속 위축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 유동성 흡수 시점은.

▲ (유동성 흡수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수습하는 것은 크게 보면 2가지다. 기준금리를 빨리 올려야 하고, 거기에 맞춰 늘어난 자산을 줄여야 한다. 한국은행은 자산을 늘였다가 줄이는 데에 상당히 유리한 위치다.

우선 한은은 위험도가 높은 자산까지는 별로 취득하지 않았다. 위험이 큰 자산이 많으면 금리가 오를 때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장기 자산이 많아도 손실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한은은 다른 몇몇 국가의 중앙은행보다 조금 더 유리한 입장이다. 통화안정증권 발행이나 자금조정대출·예금과 같은 완충장치 등 여러 측면에서 위기 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회수하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상태로 본다.

단지 기준금리를 언제 신속하게 조절할 수 있느냐는 전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금통위원의 결정에 달렸지만, 통화정책은 국가적인 결정이기에 여론 등 주변 여건도 관련이 있다. 적절한 때가 되면 원만하게 (금리 조절이) 이뤄지도록 다 같이 협력해야 한다고 본다.

-- 시중자금 단기부동화의 영향은.

▲ 단기유동성은 현재 활발하게 일어나는 금융거래, 주식 등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일부는 기업들이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 순수한 저축자 입장에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결정을 못 해 관망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금융경제 환경이 크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상당수 사람이 유동성을 단기로 가져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아직은 `단기유동성이 크게 문제를 일으켜 당장 무슨 대책을 써야겠다'는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다.

-- 현재 주가와 환율 수준이 적절하다고 보나.

▲ 두 가지 모두 중앙은행 총재가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이다.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가 없다면 적절한지 아닌지의 판단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득 '보다 `실'이 많다.

단지 가격 변수가 움직일 때에는 다 이유가 있다. 대부분 경우 시장의 흐름에 따라 가격변수가 움직이도록 보는 것이 정책 당국으로서의 바른 태도다. (가격변수를) 일일이 관리하겠다는 것보다는 어떤 궤도를 크게 벗어나 불균형이 누적되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관심 있게 관찰한다. 만약 불균형이 누적돼 미래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 경고도 하고 행동도 할 텐데 지금 상황은 그렇게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은.

▲ 모든 정책은 순기능과 역기능적인 측면이 있다. 득실이 있다. 부담이 전혀 없는 정책은 없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순기능이 크고 역기능은 적은 정책 수단과 시기를 선택하는 문제다. 지금 택하는 금융완화는 지금 시점에서 적절한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상황이 바뀌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 되면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또 큰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순기능을 키우고 역기능을 억제하는 다른 보완수단이 있다면 동원하기도 한다. 금융완화의 부작용이 클 것 같으면 그 정도를 줄이고 필요하면 긴축으로 가야 하겠지만, 지금은 금융완화의 시기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