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러시아를 지나지 않고 카스피해 연안에서 유럽으로 직접 가는 가스관 건설 사업인 '나부코' 프로젝트 추진이 본격화된다.

주제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EU 순회의장국인 체코를 비롯해 터키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이집트 등 가스관이 통과하는 국가 정상들은 8일 프라하에서 열린 EU 에너지 정상회의에서 나부코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협정문에 서명했다.

나부코 프로젝트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발,아르메니아 터키를 거쳐 오스트리아에서 끝나는 총 3300㎞ 길이의 가스관을 건설하는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투크르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의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이란이나 이집트의 천연가스도 이 가스관으로 운송할 계획이다. 2011년 착공돼 2014년 완공될 이 가스관을 통해 유럽은 현재 천연가스 소비량의 5%에 해당하는 310억㎥ 가량의 천연가스를 공급받게 된다.

79억유로(약 13조20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 때문에 지지부진하던 나부코 프로젝트는 올 1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가스관 사용료 분쟁을 이유로 유럽행 가스관을 폐쇄한 이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천연가스 공급의 25% 가량을 러시아 경유 가스관에 의지하는 EU가 에너지 안보를 위해 러시아를 지나지 않는 가스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던 것이다.

나부코 프로젝트가 성사된 데에는 미국의 힘도 컸다. 미국은 지난 4월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EU 에너지 정상회의에 리처드 모닝스타 카스피해 특사를 파견,나부코 프로젝트에 지원을 약속하며 러시아의 압력에 참여를 망설이던 투르크메니스탄 등 카스피해 연안국들의 방패막이가 돼줬다.

지난 5일에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가스관이 통과하는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외교장과 만나 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이같은 미국의 지원엔 유럽과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이 숨어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