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경영 시스템 혁신에 착수,실적에 따라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나올 수 있도록 성과 배분 시스템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수익이 나더라도 장기 전망이 불투명한 사업은 접고,적자가 예상되더라도 성장성이 있는 신규 사업을 서둘러 시작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삼성 인력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신지행(新知行) 33훈'을 작성,최근 시작한 임원 교육을 통해 각 계열사 경영진에 제시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1993년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제시한 '지행 33훈'을 최근의 경영 상황에 맞게 해석한 것이라는 게 인력개발원 측 설명이다.

'신지행 33훈'은 4가지 경영원칙과 8가지 경영전략,21가지 경영관리 지침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은 총체적인 난국 상황"이라며 "삼성이 1980년대 말 노사분규를 극복하고 국내 1위에 올랐고,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계기로 세계 일류로 도약했듯이 위기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임원 교육에서는 이에 따라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당장은 이익을 내도 버릴 사업은 버리고,신수종 사업은 당분간 적자가 예상되더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것 등이 강조됐다. 과거 수익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판단했던 사업 전략의 중요한 변화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성이 앞으로 대규모 사업 구조조정과 인수 · 합병(M&A) 등을 통한 신사업 진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사 전략도 새롭게 제시했다.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성과가 많은 직원들에게는 사장보다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현재 상후하박(上厚下薄)형인 삼성의 임금 구조에 변화가 예상된다.

연구개발에서는 모든 역량을 투입해 경쟁사보다 먼저 신제품을 상품화해야 한다는 '명품 개발 전략'을 강조했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경쟁사들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포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LED TV가 이 같은 전략의 산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70년 역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한 단계씩 발전해온 위기 극복의 역사"라며 "글로벌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고 삼성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