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금융위기가 실물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의 외상매출이 전년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제품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도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발생하는 매출채권 규모가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는 작년 4분기부터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된 금융위기로 대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져 매출채권이 늘어난데다 극심한 환율변동과 달러화 강세까지 매출채권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제조업 분야 대기업 외상 급증 = 외상값이 늘어나는 현상 은 제조업을 주력으로 삼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채권이 3조898억여원으로, 2007년의 1조7천805여원에 비해 173%나 증가했다.

특히 경과기간별 매출채권 잔액을 보면 6개월 이하의 단기 매출채권이 약 97%를 차지했다.

LG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LG전자는 매출채권이 두 배 넘게 뛰었다.

2007년 5천485억원이었던 매출채권이 지난해 1조4천343억원을 기록, 1년 새 수치가 261%나 오른 것이다.

해외매출이 대부분인 전자업계는 지난해 극심한 환율변동과 달러화 강세의 영향 때문에 매출채권이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작년에 환율 변동이 심해서 장부상의 환차손을 줄이고 자산을 늘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출채권을 늘려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고 LG전자 관계자도 "대금 회수 노력을 게을리해서가 아니라 환율 상승 으로 원화표시 매출채권이 커진 것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기아차그룹과 현대중 공업도 '못 받은 외상값'이 늘었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채권 규모는 6조9천350억4천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6.1% 증가했으며 기아차의 매출채권도 2007년 말 1조5천 662억5천700만원에서 작년 말 2조2천675억6천300만원으로 30.9%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은 작년 외상매출액이 5조6천4억7천만여원 1년 전 수치인 3조6천24억5천만여원에 비해 35.7% 증가했다.

이 업체들은 일단 전체 수출 규모가 증가한 데다 환율이 상승한 점을 매출채권 증가 원인으로 꼽고 있다.

포스코는 한 냉연강판업체에 지난해 약 1천억 원어치를 외상으로 줬으나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런 사례가 쌓이다 보니 포스코의 작년 매출채권도 3조2천286억8천만원에 달했다.

2007년 1조8천948억5천만원에 비해 70.4%나 늘어난 규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금성 담보를 우선 확보한 다음에 외상 판매를 하고 있고 추후에는 밀착해 매출채권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도 지난해 매출채권이 52억1천600만원으로 2007년보다 138%나 뛰었다.

◇신규사업으로 외상 발생 = 새로운 사업 분야가 추가되면서 장부상 매출채권이 늘어난 경우도 있다.

두산은 지난해 매출채권 규모가 5조4천375억원 가량으로 2007년 수치인 3조6천201억여원보다 50.2%나 증가했다.

지난해 환율이 상승하면서 매출채권액이 7천600억원 가량 증가한 데다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과 두산모트롤 등 신규 편입된 회사들로부터 3천억원 상당의 매출채권이 합쳐진 점이 주원인이다.

한화그룹의 주력 상 장사인 ㈜한화와 한화석화의 지난해 말 매출채권은 전년 대비 7% 늘어난 8천383억원이다.

외상이 증가한 것은 ㈜한화가 시행사로 진행하는 인천에코메트로 사업으로 2007년에는 없었던 주택 매출이 작년에 대폭 늘어나 30% 이상 되는 잔금이 매출채권으로 잡혔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작년 매출채권이 전년대비 16% 증가한 4조8천억원을 기록했다.

건설 부문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한 부분에 항공권 신용카드 매출 및 납품대금 어음 결제분 등이 합쳐진 수치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같은 기간에 전체 매출 규모가 18조원에서 23조원으로 28% 증가한 점에서 사실상 외상이 줄어든 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채권이 줄어든 기업들도 있다.

롯데쇼핑은 작년 매출 채권 규모가 2천373억9천만여원으로 2007년에 비해 5.2% 감소했다.

유통업의 특성상 매출채권은 고객들의 신용카드 결제 시점과 실제 입금 시점의 차이로 발생한다.

SK텔레콤도 지난해 매출채권이 전년대비 2.5% 감소한 1조6천348억원이었고 SK에너지는 9.4% 줄어든 2조3375억원이었다.

GS칼텍스도 작년 매출채권이 2조3천387억여원으로 전년대비 6.7%가량 감소했다.

(서울=연합뉴스)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