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에 경기침체까지 더해져 이중삼중으로 고통을 겪었던 반도체 시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D램을 비롯해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지난 1년6개월간의 가격하락세가 진정되는 형국이다. 왜 일까. 답은 공급에 있었다.


◆공급부족으로 가격반등

지난해 D램과 낸드플래시 업체들은 일제히 생산을 줄였다. 대만 업체들은 가동률을 50% 가까이 낮췄다. PC 업체들이 세계 경기가 악화되면서 급격한 재고조정에 들어간 것이 영향을 줬다. 원가 이하 수준으로까지 값이 떨어지면서 반도체 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채 결국 감산 카드를 사용했다. 이번 가격 반등은 지난해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을 대폭 줄인 데 따른 '감산효과'나 마찬가지다. 이에 힘입어 연초 0.81달러 선으로 떨어진 D램(고정거래가 기준, 1기가비트(Gb) DDR2)은 지난달 0.88달러로 소폭 반등했다.


◆낸드플래시의 귀환

업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낸드플래시다. 휴대폰,MP3 등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는 올 들어 가격이 빠르게 반등세에 접어들었다. 낸드플래시(고정거래가 기준,16Gb 멀티레벨셀)는 지난해 12월 1.65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지난 1월 2.31달러, 3월 3.15달러로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 중국과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낸드플래시 시황회복에 바람을 더했다. 특히 중국은 컴퓨터를 비롯해 휴대폰 보급을 늘리겠다는 정책을 펼쳐 낸드플래시와 D램 등에 대한 IT(정보기술) 업체들의 수요를 일으키는 데 일조했다.


◆본격적 업황 회복은 언제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가격이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걱정도 있다. 세계 경기 회복을 점치기엔 어려운 상황에서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말부터 진행되던 반도체 업계 구조조정 지연도 걱정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대만 반도체 회사들을 중심으로 구조 조정이 일어났다. D램 업계 5위인 독일 키몬다는 경영악화를 견디지 못한 채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또 대만 정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6개 반도체 회사를 하나로 묶는 'TMC(타이완메모리컴퍼니)'를 설립하기로 했다. 대만 정부가 주도하는 이 회사는 일본 엘피다와 기술 및 자본제휴를 통해 회생을 모색하고 있다. 대만은 일본 엘피다 외에도 미국 마이크론과의 통합을 추진 중이어서 이들 연합군이 가시화될 경우 D램 업계 1위,2위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뛰어넘는 거대 D램 업체가 탄생할 수 있다. 통합을 가정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40%대로,지난 4분기 기준 삼성(30%),하이닉스(20.8%)보다 높다.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D램 가격 반등은 5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만과 일본 D램 업체들의 자연 퇴출이 지연되면서 업황 회복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술경쟁 시작되나

반도체 시황이 회복무드에 접어들면서 D램 시장 1위를 놓고 업체 간 기술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만 정부는 일본 엘피다와 기술제휴를 맺고,자금수혈을 통해 자국 업체들의 기술향상을 꾀하고 있다. 공정 기술이 한 단계 높아질 때마다 원가경쟁력이 30% 이상 올라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만-일본 간 제휴는 국내 업체들에도 큰 부담이다.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국내 업체들이 대만과 일본을 크게 앞지른다. 삼성전자는 올해 56나노 공정에서 44나노로 생산라인을 전환하기로 했다. 하이닉스도 54나노에서 44나노로 바꿀 예정이다. 반면 일본 엘피다는 65나노,대만 업체들은 70나노급을 주력으로 삼고 있어 국내 업체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뒤지고 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