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자기업 고충처리 배우러 왔어요"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KOTRA 본사.블라디미르 판코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투자촉진분과 위원장이 이끄는 아르헨티나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11개국 사절단이 한자리에 모였다. KOTRA의 외국인 투자 옴부즈맨 제도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판코프 위원장은 "제네바(UNCTAD 본부가 있는 도시)에 돌아가면 한국의 외국인 투자 유치 비법을 UNCTAD 회원국 모두와 공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OTRA가 외국인 투자 기업의 애로를 해결해주기 위해 만든 옴부즈맨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가 시급한 개발도상국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는 것.지난 2월 터키 전국 투자포럼에 소개된 것을 계기로 터키 정부가 한국 옴부즈맨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브라질도 UNCTAD를 통해 한국 벤치마킹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옴부즈맨은 KOTRA 주도로 1999년 10월 처음 시행됐다. 한국에 공장을 짓거나 사무소를 낸 외국 기업이 겪고 있는 각종 고충을 '홈닥터'(7명)로 불리는 전문가들이 현장을 찾아 직접 듣고,정부 관계기관에 고충 해결을 요청하는 제도다. 각 부처 공무원으로 이뤄진 20여명의 파견관들이 사무소에 나와 있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다. 옴부즈맨 사무소를 총괄하는 안충영 중앙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와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KOTRA의 옴부즈맨 제도가 주목받기 시작한 시점은 2007년이다. 150개국이 가입해 있는 세계투자진흥기관협의회(WAIPA) 연차 총회에서 국경없는 무역 및 투자 촉진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한 공로로 최우수 기관상을 수상한 것.그 해 잇따라 EU 상공회의소로부터 최고 책임감상을 받기도 했다. 안 교수는 "이후에도 OECD,APEC 등에서 특강 요청이 많았다"고 말했다. 판코프 위원장은 "이번 UNCTAD의 방한은 처음부터 우리가 KOTRA에 요청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안 교수팀이 작년 한 해 동안 해결한 외국인 투자 기업 고충은 총 353건에 달한다. 볼보트럭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볼보는 동탄신도시 계획이 발표되기 3개월 전에 4년여간의 공사 끝에 사업장을 완공해 막 조업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신도시 발표로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안 교수는 "볼보의 사례가 알려지면 외국 기업 투자 유치에 악영향이 우려돼 관계기관을 찾아가 공장 이전만은 막았다"고 말했다.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WIPI)를 폐지하는 데 큰 몫을 한 것도 안 교수팀이다. 외국 기업 임원들 대부분이 외국산 휴대폰인 블랙베리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위피 탑재 의무화 탓에 홍콩에서 갖고 온 로밍폰을 사용해야 하는 고충을 해결해준 것.안 교수는 "가전을 살 때 소비자들이 애프터서비스를 중요하게 여기듯이 투자 역시 사후관리가 투자 결정의 핵심 요인"이라며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는 엄청난 돈을 들여 해외에 나가 IR(투자설명회)나 로드쇼를 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