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원유와 소맥 등의 국제가격 급등으로 가격 인상이 줄을 이었던 지난해 봄과는 판이하게 올해는 가격 인하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원재료 가격이 급락하고 있는데다 불황 탓에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절약지향의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조치로, 경쟁이 가열될 경우 기업의 수익을 압박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31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대부분의 제빵 업체들이 정부의 수입소맥 출하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앞다퉈 제품 가격을 내리고 있다.

또 치즈 제품도 수입치즈 가격의 하락으로 잇따라 가격이 인하되고 있다.

원유 가격의 급등으로 상승했던 전기료와 비행기의 연료추가요금 등도 경쟁적으로 내려가고 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고 있는 주요 슈퍼마켓에서는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 이후 수차례에 걸쳐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엔고(高) 환원 세일'을 실시해온 이토요카도는 이달 중순부터 2천600개 품목에 대한 가격을 추가로 인하했으며, 이온도 3천400개 식료품에 대해 20-40% 판매가를 내렸다.

지난 2월의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신선식품을 제외한 지수가 2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처럼 가격인하 경쟁이 지속될 경우 물가 하락에 박차를 가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기업 이익을 삭감하는 가격인하 경쟁으로 '승자 없는 싸움'이 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물가동향에 정통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제품과 서비스의 잇단 가격 인하는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가격 인하가 가속화할 경우 기업 수익이 한층 더 악화돼 고용과 임금이 한층 힘들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lh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