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의 봄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 주식과 부동산을 사라."

아시아 갑부인 홍콩의 리카싱 청쿵실업 회장(81)의 말이다. 리 회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소유인 허치슨 왐포아의 지난해 실적 발표를 하면서 "내구소비재 주문과 부동산 거래가 조금씩 살아나는 등 경기회복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500여개의 기업을 거느린 홍콩의 최대갑부로 '홍콩의 현인(賢人)'으로 불린다.

2007년 주식투자자들에게 중국 증시의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며 현금을 보존하라고 권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 회장은 "미국의 금융권 부실자산 처리와 경기부양책으로 세계경제가 중요한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며 "다음 달부터 그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생산 감축이나 조업 중단 등으로 산업재의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의 대규모 경기부양은 수입을 늘릴 수밖에 없게 만들 것이고 따라서 각국의 수출에 숨통이 트이면서 경기회복의 걸음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리 회장은 "특히 중국은 4조위안(약 880조원)의 경기부양책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설 경우 경제위기에서 가장 빨리 벗어나게 될 것"이라며 "여윳돈이 있다면 지금 주식과 부동산을 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다양한 변수가 있어 이런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 할 수도 있다"며 "최선을 희망하면서도 최악에 대비하는 지혜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거듭 얘기했다.

청쿵실업의 지난해 순이익은 2007년보다 44% 감소한 155억1800만홍콩달러(약 3조1036억원)를 기록했으며,허치슨 왐포아의 순이익도 42% 줄어들었다. 리 회장은 이와 관련,"앞으로 2~3년 동안은 쉽지 않은 경제환경 속에서 일하게 될 것이지만 청쿵실업과 허치슨 왐포아는 결코 적자를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리 회장의 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162억달러로 세계 부자 랭킹 16위다. 홍콩 사람이 1달러를 쓰면 그중 5센트는 리 회장의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홍콩 경제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가 만든 아파트에서 자고 그가 닦은 도로로 출근하고,그가 제공하는 전기를 쓰며 그의 전파망을 타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게 홍콩 사람들이다.

그는 고향인 광둥성에서 일본의 침략을 피해 11살 때 가족과 함께 홍콩으로 피난왔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면서 12살 때부터 장삿길로 나섰다. 21살 때 5만홍콩달러를 빌려 플라스틱 공장을 세운 뒤 성실과 근면이란 무기로 자수성가해 홍콩 사람들에겐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린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