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국이나 미국계 외신들이 한국 경제에 대해 부정적인 보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작 중국과 일본 외신이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현 인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7일 제주 서귀포 칼호텔에서 열린 한국언론재단 주최 외신특별세미나에서 '한국경제에 대한 외신보도의 장기적 경향 분석:1997년에서 2008년까지'를 발표하면서 이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양권인 일본과 중국 외신의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전체 기사 건수의 35%와 44.5%로, 서양권인 미국과 영국 외신의 24%와 2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긍정적 보도의 경우 일본과 중국은 25.7%와 14.5%로 미국(18.1%), 영국(22.7%)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한국경제의 미래를 전망한 외신 보도의 논조는 일본과 중국 외신의 비관적 전망 보도가 각각 31.1%와 25.3%로 미국과 영국의 20.2%와 18.6%보다 다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외신의 보도 주제의 논조는 중립 49.5%, 부정적 21.5%, 긍정적 14.5%였으며, 보도 전망의 논조는 중립 56.7%, 비관적 12.0%, 낙관적 10.7%였다.

외신의 취재원 유형은 한국 정부 및 국회가 전체의 31.7%로 1위를 차지했고 한국 기업.기업인(17.2%), 국내외 금융기관(14.5%), 민간연구소(6.5%), 외국기업(5.4%) 순이었다.

외신 보도 가운데 61.9%는 지난해 한국 경제의 위기 원인을 '글로벌 경제환경 악화'로 분석했으며 정부정책 실패(8.8%), 국민의 경제심리 위축(4.1%) 등도 거론됐다.

반현 교수는 "한국경제를 보도한 대부분의 외신 기사가 스트레이트 기사인 점을 고려하면 맥락적 정보보다는 사실 중심 보도로 치우쳐있다"면서 "이로 인한 외신의 부정적 보도를 사전에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심층 브리핑 등을 통해 우리 경제 현실에 대해 충분한 배경 정보를 정기적으로 전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 관한 정확한 사실을 외국 언론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외신 브리핑 체제를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갖추도록 정비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단순히 정확하게 알리는 차원을 넘어 국가 브랜드 홍보 차원에서 한국이라는 이미지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는 큰 그림 속에 우리 경제에 대한 홍보 전략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혜 언론재단 객원연구원은 '진실 파헤치기 또는 위기 부추기기:외신의 한국경제위기 보도양상 분석'을 통해 지난해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에 대한 보도 가운데 중립.모호 53%, 비관적 43%, 낙관적 4%를 보였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위기 요인으로 한국 경제(25%)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한국시장(20%), 해외요인(20%), 해외시장(18%) 순으로 봤다.

특히 외신 보도는 2008년에 급증해 한국 경제가 위기에 몰려야 주목을 받는다는 점을 새삼 일깨워줬으며,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미국 외신 보도의 73%, 영국의 47%가 중립.모호 입장을 보였다.

또한 영국 외신은 최근 한국의 금융위기 발생 요인을 한국의 제도적 결함에서 주로 찾는 반면 중국 외신은 펀더멘털 악화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김성혜 연구원은 "정부의 역할은 단순히 외신의 사실 오류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면서 "정부의 주안점은 외신이 값을 지불하고라도 기꺼이 찾으려고 하는 '잘 정리되어 있어 믿을 수 있고 활용하기 편리한 정보'를 생산하고 이를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채널을 통해 일상적으로 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서귀포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president21@yna.co.kr